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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78. 낮고 조용한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870 추천 수 0 2002.01.05 22: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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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778. 낮고 조용한

 

주일 오후, 화천을 떠나는 마음이 쉽지 않았다. 전날부터 목이 칼칼하여 말하기가 쉽지 않더니 주일 예배를 드릴 때엔 점점 목이 잠겨 들었다. 닷새동안 말씀을 전해야 하는데 목이 잠기고 있으니 큰 걱정이었다.

부흥회, 몇 년전 부터 오라는 걸 때마다 웃으며 사양하곤 했다. 친구 목사가 목회하는 교회, 이따금씩 쉴 참 놀참 가는 교회에 느닷없이 부흥회 강사라니, 그건 서로에게 어울리는 일이 아니겠다 싶었다.

그러던 것을 이번에는 얼떨결에 그러자고 대답을 했던 터였다. 다른 곳엔 가면서 친구가 있는 교회라고 가지 않는 것이,그것도 때마다 거절하는 것이 도리가 아니겠다 싶었다.

원주 약방에서 약을 사 먹고 목이 회복되기를 기다렸지만 한 번 가라 앉은 목은 쉽게 회 복 될 줄을 몰랐다. 40일간 특별새벽기도회를 하며 온 교우들은 말씀 들을 마음의 준비를 했는데, 강사라는 사람이 목소리 하나 제대로 준비를 못했으니 영 부끄러운 일이었다. 성능 좋은 마이크의 힘을 빌러 그런대로 말씀을 전했다. 끊길 듯 끊길 듯 하는 목소리가 그래도 용케 이어져갔다.

교우들이 기도할 때마다 내 목소리를 위해 기도했고, 가라앉은 목에 좋다는 비방과 처방 을 전해 주기도 했다. 그런 걱정없이 말씀만 듣고 생각해야 마땅할텐데 괜한 일에 마음 을 졸이니 영 송구한 일이었다.

용케 용케 버티던 목소리가 나흘째 되는 날 드디어 아주 잠기고 말았다. 낮 집회를 마치고 났더니 아무 말도 나오질 않았다. 기침을 하며 "쐐-쐐" 하는 날카로운 쇳소리만 터져 나왔다.

점심을 먹으러 갔을 때 늘 강사인 내가 하던 기도를 친구최목사가 대신 해야 했다.

비상이었다. 저녁예배와 다음날 새벽. 아직도 두 시간이 남아 있는데 잠길 대로 잠긴 목 소리는 아예 나오지도 않으니 정말 딱한 노릇이었다.

오후 쉬는 시간, 같이 나가기로 했던 얼음 낚시를 취소하고 눈을 붙였다. 땀을 흠뻑 흘린 채 잠을 자고 일어 났지만 목소리는 여전했다. 겨우 겨우 입이 떨어졌지만 내가 들어 도 알아 듣기 힘든 소리였다. 원주 백석인 선생님께 전화를 드렸다. 이비인후과 선생님이시다. 쇳소리로 겨우겨우 사정 이야기를 했더니 '말을 안 하는게 제일 좋은 약'이라시며 그래도 몇가지 약이름을 알려 주셨다.

사모님이 지어다 준 약을 먹었지만 어디 금방 약효과가 날까, 혹 누가 그런데 똥물이 즉 효라 한다면 정말 그것이라도 마셔야 할 절박한 상황이었다. 마지막 새벽에 전화하기로 한 말씀을 저녁에 하기로 했다. 다음날 새벽은 커녕 저녁에도 끝까지 말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도중에 목소리가 아주 잠기면 수화를 할테니 친구더러 통역을 하라고 농반 진반 이야기 를 하고 예배를 드리러 나갔다. 친구는 사정 이야기를 하며 "북한식"으로 예배를 드리자고 하였다. 신앙의 자유가 없는 북쪽에선 행여 목소리가 밖으로 샐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예배를 드리지 않겠냐며, 우리도 북한식으로 예배를 드리자고 했다. 제단에 서서 말씀을 전하기전 기도를 했다.

"어리석은 기도인 줄 압니다만 주님. 내 생애에서 몇 날이나 몇달 혹은 몇년을 감하시더 라도 오늘 말씀을 전하는 시간 제발 말씀을 전할 수 있도록 힘을 주옵소서"

목이 잠긴 탓도 있지만 차오르는 눈물에 기도가 툭툭 끊기곤 했다. 말하는 이와 듣는이가 마음이 가까워짐을 세밀하게 느낄 수 있었다.

듣는 이들은 귀를 열고 마음으로 가까이 다가왔고, 행여 말이 끊길까 나는 허튼 말을 삼가야 했다. 한마디 한마디가 성령의 구체적인 도우심임을 가슴속 뜨겁게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 새벽까지 모든 예배를 잘 드릴 수 있었다.

낮고 조용한 소리, 낮고 조용한 마음, 우리의 약함을 돌보시는 주님의 손길을 구체적으 로 따뜻하게 느낄 수 있었던 드문시간,마음을 다해 감사한다.  (얘기마을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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