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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99.장독은 하늘을 알아본다
마침 비가 내리는 날 봄심방을 하게 되었다. 끝정자 마을을 심방하고 신작로를 따라 올라올 때였다. 초등학교 앞을 지날때 같이 심방길에 나선 김열용 할머니가 72년 장마 이야기를 했다.
72년에 학교 교실이 물에 잠긴 큰 장마가 있었다는 이야기는 여러번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 할머니 집도 물에 다 잠겼었다 한다.
할머니는 72년 물난리 이야기를 하며 뜻밖의 얘기를 했는데 ‘장 독은 하늘이 알아본다’는 얘기였다. ‘장독은 하늘이 알아본다’니, 무슨 뜻인가 여쭸더니 물난리 때 있었던 얘기를 들려주었다.
불어난 물이 끝정자 마을을 다 삼켜 할수없이 피신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물이 대충 빠진 뒤에 집으로 와 보니 뒤뜰에 있던 커다란 장독이 턱 하니 튓마루에 올라앉아 있더란다.
메주 닷말에 물 열두 동이가 드는 커다란 장독이었다. 간장을 가득 담고 있는 그 큰 장 독이 집을 삼킨 빗물에 둥둥 떠다니다 누가 올려놓은 것처럼 마루위에 가만 올라앉아 있었으니, 그 모습이 그렇게 신기해 보일 수가 없었다는 것이다.
할머니는 물난리 중에도 물 한방울 들어가지 않고 마루 위에 올라앉은 장독이 너무나 신기하고 고마워 하염없이 장독을 쓰다듬었다고 한다.
집안이 안 되려면 장이 먼저 알아보고 부글부글 끓기도 하고 벌레가 꼬이거나 괴상한 냄새가 나기도 한다고 한다.
그 만큼 장은 신비한 효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백성들의 먹거리를 무엇보다 걱정하며 우선하여 챙기는 하늘의 마음이 ‘장독은 하늘이 알아본다’는 할머니 말속에는 가득 담겨 있었다. (얘기마을19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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