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623. 아궁이에 불 때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595 추천 수 0 2002.01.05 22:03:23
.........

□한희철1623.아궁이에 불 때기

 

지난 겨울에 있었던 일입니다. 연세대 매지 캠퍼스 재활학과 학생들의 겨울 농활이 단강에서 있었습니다. 때마다 단강을 찾아 귀한 땀을 흘린 지가 벌써 여러 해, 학생들이 농촌을 위해 땀 흘리는 모습은 때마다 귀했습니다. 

방학을 하자마자 학생들은 짐을 꾸려 단강으로 들어왔습니다. 타지에 사는 학생들이 많아 어서 집에 가고 싶은 마음들이 간절했을 테고, 밀린 공부며 하고 싶었던 일이며 아르바이트며 여러 가지 계획이 많았을 텐데 그런 것 다 물리치고 학생들은 농촌으로 들어왔습니다. 

지어본 적 없는 농사지만 턱없이 일손이 달리는 마을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땀을 흘렸습니다. 누가 크게 알아주는 일도 아니고, 돈이 되는 일도 아니었지만 (돈을 받기는 커녕 오히려 스스로 회비를 내더군요) 학생들은 비가오면 비를 맞고 뙤약볕이 쏟아지면 그 뜨거운 볕을 그대로 맞으며 논에서 밭에서 일을 도왔습니다. 

그런 모습이 그렇게 고맙고 미더울 수가 없었습니다. 학생들에게 겨울 농활을 제안하였습니다. 일철에 와서 땀을 같이 흘리는 것도 좋겠지만, 모처럼 쉬는 농한기에 편하게 마을 사람들과 어울리며 서로 가까워지는 것도 좋지 않겠냐며 겨울 농활을 권했습니다. 눈이 오면 산토끼라도 같이 몰고 밤엔 사랑방에 모여 짚신 삼는 것을 배우는 등, 겨울엔 겨울대로 의미있는 시간이 있을 듯 싶었습니다. 

 

일도 안 하면서 어떻게 미안하게 와 있느냐며 두어 해 주저하던 학생들이 지난 겨울 큰 맘을 먹고 단강을 찾아왔습니다. 스물 댓 명의 대학생들이 마을을 찾으니 마을엔 금세 젊은 기운이 넘쳤습니다. 

마을 외진 곳에 마을 사람들과 지은 흙집 ‘인우재’를 숙소로 내어 주었습니다. 전기도 보일러 시설도 없는 불편한 곳이지만 조용한 곳에서 좋은 이야기를 많이 나누라는 배려였습니다. 그런데 그날 밤 ‘인우제’가 홀랑 불에 탈뻔한 일이 생길 줄이야 누가 알았겠습니까? 

날이 추우니 불을 넉넉하게 때는 게 좋겠다고 한 말이 화근이었습니다. 학생들은 손으로 방바닥을 만져보며 방바닥이 뜨거워지도록 불을 땠고 그러고도 모자라 이장 댁으로 저녁을 먹으러 내려오며 아궁이 가득 나무를 집어넣고 내려왔는데 밤늦게 올라갔을 땐 막 집에 불이 번지려 하고 있었습니다. 

방바닥에 깔았던 멍석과 댓자리, 담요와 담요위의 베개까지를 까맣게 태운 불이 막 집으로 번지려던 참이었습니다. 기겁을 한 학생들이 서둘러 불길을 잡은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습니다. 

스무명이 넘는 대학생들 중에 아궁이에 불을 때 본 경험이 있는 학생이 한 사람도 없다는 사실이 쉬 믿어지질 않았습니다. 세대간 문화의 깊은 단절을 아찔함으로 확인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얘기마을1998)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04 한희철 1650. 시골 인심 한희철 2002-01-05 5592
1803 한희철 1649. 거룩함 한희철 2002-01-05 5592
1802 한희철 1648. 신발 한희철 2002-01-05 5595
1801 한희철 1647. 집짓기 한희철 2002-01-05 5592
1800 한희철 1646. 고구마 이삭줍기 한희철 2002-01-05 5600
1799 한희철 1645. 촛대 한희철 2002-01-05 5594
1798 한희철 1644. 때로 잠 깨어 한희철 2002-01-05 5592
1797 한희철 1643. 교회 팻말 한희철 2002-01-05 5596
1796 한희철 1642. 도깨비풀 한희철 2002-01-05 5593
1795 한희철 1641. 정겨움의 끈 한희철 2002-01-05 5592
1794 한희철 1640. 공연한 일 한희철 2002-01-05 5596
1793 한희철 1639. 두 할머니들 한희철 2002-01-05 5594
1792 한희철 1638. 개발짝나물꽃 한희철 2002-01-05 5611
1791 한희철 1637. 황홀한 빛깔 한희철 2002-01-05 5592
1790 한희철 1636. 작은 시골 예배당 한희철 2002-01-05 5598
1789 한희철 1635. 새벽기도 시간 한희철 2002-01-05 5593
1788 한희철 1634. 속 마음 한희철 2002-01-05 5594
1787 한희철 1633. 참새 목욕탕 한희철 2002-01-05 5593
1786 한희철 1632. 빛나는 쟁기 한희철 2002-01-05 5592
1785 한희철 1631. 여름성경학교 한희철 2002-01-05 5595
1784 한희철 1630. 교회 가셔야지유 한희철 2002-01-05 5592
1783 한희철 1629. 수재민과 결혼반지 한희철 2002-01-05 5594
1782 한희철 1628. 기억의 보물창고 한희철 2002-01-05 5596
1781 한희철 1627. 못생겨도 못가요 하나님 나라 한희철 2002-01-05 5597
1780 한희철 1626. 극복해야 할 주저함 한희철 2002-01-05 5592
1779 한희철 1625. 목사 위에 박사 한희철 2002-01-05 5598
1778 한희철 1624. 즐거움 한희철 2002-01-05 5592
» 한희철 1623. 아궁이에 불 때기 한희철 2002-01-05 5595
1776 한희철 1622. 화분 두어개 한희철 2002-01-05 5593
1775 한희철 1621. 인우재의 아침 한희철 2002-01-05 5594
1774 한희철 1620. 날개라도 있으믄 한희철 2002-01-05 5592
1773 한희철 1619. 교역자 보건주일 한희철 2002-01-05 5643
1772 한희철 1618. 가정의 달 한희철 2002-01-05 5597
1771 한희철 1617. 자전거 한희철 2002-01-05 5592
1770 한희철 1616. 컴퓨터 교육 한희철 2002-01-05 5594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150 세종시 보람1길12 호려울마을2단지 201동 1608호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