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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58. 유빈이 이야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5288 추천 수 0 2002.01.05 22: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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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58. 유빈이 이야기

 

아내에게 들은 이야기입니다. 놀이방에 다니는 유빈이가 있습니다. 따로 뚝 떨어져 있는 조귀농에서 오니 제일 멀리서 오는 아이지요. 나이도 가장 어려 이제 네 살입니다. 아직 어리다 보니 똥과 오줌을 확실히 가리지 못해 아예 놀이방에 올 때는 가방에 갈아입을 옷을 챙겨 가지고 옵니다. 

유빈이에게는 유빈이를 끔찍히 사랑해 주는 할머니가 계십니다. 뒤늦게 본 이들이 장가를 들어 아들을 낳았으니 오죽 그 손주가 귀엽 겠습니까. 뭐든지 오냐오냐 받아주고 유빈이가 조금만 울라치면 얼른 달려가 도와줍니다. 그런 면에서 유빈이에게 울음은 만능열쇠입니다. 뭐든지 울기만 하면 안 되는 일이 없으니까요. 

그러나 놀이방을 다니고서 부터는 그 울음이 통하지 않는다는 걸 배우고 있습니다. 하루는 유빈이가 오줌을 쌌습니다. 정신없이 놀다 때를 놓치고 만 것이지요. 

당연히 옷을 갈아입혀 주어야 할 선생님이 유빈이를 보면서 “이제부턴 유빈이가 스스로 갈아입어라.”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처음엔 무슨 소린지 몰랐던 유빈이가 이내 그 뜻을 알아 차리곤 엉엉엉엉 울어대기 시작했습니다. 있는 힘을 다해 울었지요. 

어렵쇼, 그렇게 그 정도 울면 뭔가 달라져야 되는데 선생님 태도는 요지부동 전혀 도와줄 생각을 안 합니다. 유빈이는 더 크게 더 서럽게 울었지요. 언젠가는 한번 겪어야 할 일이라 여기고 울거나 말거나 가만 내버려 두었습니다. 울다울다 지친 유빈이, 할 수 없이 자기가 옷을 벗고 가방을 열어 옷을 갈아입었습니다.

 

의외로 유빈인 옷을 잘 갈아입었습니다. 억울하고 서러워서 흑흑, 울음을 아주 그치지는 못했지만요. 

그때였습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놀이방 아이들이 모두들 박수를 쳤습니다. 선생님이 다가와 잘했다고 칭찬하며 따뜻하게 안아주기도 했지요. 

그러나 놀이방을 마치고 집에 갈 때 또 한번 일이 벌어졌습니다. 신발장에서 신발을 꺼낸 유빈이가 늘 그랬던 대로 형과 누나들한테 신발을 신겨 달라고 졸랐습니다. 아이들이 신겨주려고 하는 걸 또 말렸지요. 

유빈이 혼자서 하라고요. 다시 한번 유빈이 울음이 터졌고 그 울음은 쉬 그칠 줄 몰랐지만 울어도 울어도 아무도 도와주질 않자 마침내 유빈이가 신을 신었습니다. 

다음날은 어땠냐구요? 그날도 유빈인 오줌을 샀는데 쓱 선생님 얼굴을 쳐다보더니 아무말 않고 혼자 옷을 꺼내 스스로 옷을 갈아입지 뭡니까. “난 이젠 애기가 아니다.”란 말을 스스로 덧붙이면서 말이죠. 

유빈이 얘기를 들으며 얼핏 하나님 마음을 헤아립니다. 하나님 백성이라는 자들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을 칭얼대기만 할 때 그 마음 오죽 답답하실까. 그 정도 일이라면 스스로 할 수 있잖니, 안스러워 하는 마음이 어렴풋 떠오릅니다. 

네살 유빈이, 이젠 유빈이도 혼자서 옷도 잘 갈아입고 신도 혼자 신을 수 있답니다.

(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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