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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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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철1556. 일일 장터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림에 쓰러져가는 북한 동포를 위해 일일 장터를 열었습니다. 북한 동포를 돕기 위한 운동은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고, 우리 또한 두 번 동참한 적이 있지만 전혀 나아진 것이 없다는 북한 사정, 가만히 있는 것이 죄스러워 다시 한번 장을 열었습니다.
장이래야 크고 거창할 것이 없는 장입니다. 두 주 전부터 광고한 대로 교우들은 나름대로의 물건을 준비했습니다. 어떤 이는 양말을 가져오기도 했고, 어떤 이는 비누를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옷을 가져온 이도 있고 아이들 학용품과 장난감을 준비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뿐이 아닙니다. 떡볶이를 준비하기도 했고, 김밥을 말기도 했으며, 부침이를 준비하기도 했고, 어묵과 육개장을 맛있게 끓이기도 했습니다. 어린이들은 어린이들대로 준비를 많이 했습니다. 그동안 한푼두푼 모아왔던 저금통을 털기도 했고, 정성이 가득 담긴 ‘사랑의 빵’을 가져오기도 했습니다.
주일아침 예배를 마치고 예배당 마당에 장이섰습니다. 서로가 물건을 내고 서로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 장입니다. 물건을 사고 판 모든 돈을 하나로 모으는 이상한 장이었지요. 라면 박스로 만든 통 안엔 한푼두푼 돈이 모아지기 시작했습니다.
누구보다 어린이들이 신이 났습니다. 저금통과 ‘사랑의 빵’을 모두 바치고도 어린이들은 신이 나서 학용품과 장난감등을 샀습니다. 물론 엄마 아빠의 협조가 컸지요. 대신 비싸지 않은 물건을 시장에서보다 조금 싸게 팔았습니다. 어린이들은 자기네가 물건을 산 돈이 북한의 어린이들에게 전해진다는 사실을 몹시도 신기해 했습니다.
들뜨기는 어른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서로 옷을 골라 주며 잘 어울린다 칭찬도 해 주고 남편 옷에 손자 옷에 모처럼 돈 아까운 맘 없 이 넉넉히 돈을 썼습니다.
놀이방에선 음식 잔치가 벌어졌지요. 구수한 어묵에 김밥, 떡볶이, 육개장, 부침이 등 음식은 그런대로 푸짐해 장날 음식이 되었습니다.
가을걷이에 바쁜 마을 사람들도 이야기를 듣고선 점심을 일부러 예배당 장터를 찾아와 먹었습니다. 함께 둘러앉아 이런얘기 저런얘기를 나누며 굶주리는 동포를 걱정하는 마음도 나눕니다.
원하는 대로 먹고 점심값을 이천원 받기로 했는데, 그 누구도 이천원을 내는 이가 없었습니다. 이렇게 잘 차리고 이천원이면 싸다며 어떤이는 오천원을, 어떤 이는 만원을 그냥 통에 넣었습니다. 거스름돈을 세려는 손을 애써 막으며 좋은 일에 더 보태지 못해 죄송하다고 오히려 미안해들 하십니다.
차비 일이백원을 아끼기 위해 장을 골라 나가는 마을 사람들의 생활을 잘 알기에 그 정성이 얼마나 큰 것인지를 어렵지 않게 헤아립니다. 장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도 훨씬 흥겹고 신나게 이어졌습니다.
무엇이 이리도 서로의 마음을 들뜨게 하는 걸까, 궁금한 마음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유는 한 가지, 동포를 염려하며 걱정하는 마음들이 었습니다.
누구보다 보릿고개의 아픔을 잘 아는 분들이기에 쌀이 없는 고통과 아픔을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아쉽게 장을 파하고 저녁 예배를 대신한 기도회를 가졌습니다. 예배에 참석한 모두의 마음이 뿌듯했고 감사했습니다.
특히 우리의 자녀들에게 좋은 신앙의 교육과 역사 체험이 된 것 같아 기뻤습니다. 이 담에 (‘이 다음’이 아니라 ‘곧’이라면 얼마나 좋을까요) 통일이 되어 우리의 아이들이 북한의 친구들을 만날 때, 바로 그 친구들을 위해 돼지 저금통을 털고 ‘사랑의 빵’을 모은 일을 기억한다면 얼마나 뜨겁고 고마운 만남이 되겠습니까. 생각만 하여도 눈시울이 뜨거워지는 일이었습니다.
아직 계산을 하지 않아 정확한 액수는 모르겠습니다만 정성을 모은 상자는 정말로 묵직했습니다.
묵직한 무게! 그 무게는 일정한 액수로 따지기에도 너무도 무겁고 귀한, 정말이지 마음과 마음이 모인 정성의 무게입니다. 좋은 하루를 주신 주님 앞에 주님이야말로 역사의 주인이시라고 우리는 고백을 드렸습니다.(얘기마을19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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