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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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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파알딱 팔딱
날이 푸근해져 동네 할매 한 분 밭에 검불더미를 걷고 계시길래 안부 인사. 최근 베트남 휴양지 다낭을 자녀들과 다녀오신 모양이야. 다 한 번쯤 가본다 해서 이름조차 다낭이런가. “댁에도 다낭에 가보셨재라? 설마니 안 가봤쓸라고~ 그라코롬 시상을 돌아댕긴 양반이 말이여잉” 하시는데, 동남아 여행지는 베트남은커녕 배트맨 고담시도 안 가봤음. 이 동네에서 다낭에 안 가본 사람은 아마 나 혼자일 거 같아. 야시장 구경에 절집도 가서 시주한 자랑 보따리를 푸시고는 코리아 할리데이비슨(?) 알쏭달쏭 요상하게 생긴 4륜 스쿠터를 몰고 휙~. 나무에서 내려와 스쿠터 꼬랑지를 살짝 엿보던 다람쥐 한 마리. 다낭은 모르겠고 다람쥐가 사는 산골 마을 수풀 속이 일순간 술렁거림. “산골짜기 다람쥐 아기 다람쥐. 도토리 점심 가지고 소풍을 간다. 다람쥐야 다람쥐야 재주나 한번 넘으렴. 파알딱 파알딱 팔딱 날도 참말 좋구나.” 파알딱 팔딱 나도 다람쥐처럼 뒤따라 뛰면서 이른 봄소풍이나 가볼까나.
나는 마땅한 직장이랄 게 없으니 퇴직금은 꽝. 또 정해진 월급조차 없어 연금을 든 게 없다. 수십억 퇴직금을 받아먹었다는 한 젊은이 소식에 견주면 여태 이슬만 먹고 숨 쉬며 살아 있음이 그저 기적이고 은혜로다. 오지 여행을 용기와 몸뚱이 하나로 다녀봤고, 다리가 풀릴 나이 되면 가까운 숲이나 강변 찾아 소풍을 다닐란다. ‘상도덕’과 무관한 국회의원 한 명 없는 집안에서 굶어 죽지 않았으니 파알딱 팔딱 재주나 한번 좋아라.
국제공항 보안검색대 앞에서 신발과 벨트를 벗고 풀고 파알딱 뛰며 인생을 즐겨야 하는데, 산촌에서 맨발로 뛰노는 다람쥐 구경이나 즐겨. 예루살렘에 골고다가 있다면 이 동네엔 ‘꼴좋다’가 있구나. 아니다 아냐. 생긴 꼴대로 사는 인생. 각자의 인생을 누가 감히 품평해. 또 눈먼 돈이란 없어. 돈은 피눈물에 젖어 있지. 부정한 돈을 만지지 않고, 도토리나 주워 먹은 다람쥐들은 하늘에서 그 상이 클 거야.
임의진 목사·시인2023.0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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