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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오징어 먹물밥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0 추천 수 0 2023.12.15 20:3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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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오징어 먹물밥

 

봄잔치엔 도다리쑥국. 바다에서 막 건진 도다리를 손질하고 봄쑥을 담뿍 넣어 끓인 탕. 산밭에서 쑥을 한 움큼 캤는데 쑥향이 알싸하고 진하덩만. 배불러서 며칠 밥을 안 먹고도 살 것 같았는데, 하루 만에 변심. 오늘 또 배가 고프지 뭐야. 에고 이러다 언제 살을 빼냐. 아랫배에 왕 자를 새겨야 쓰는디~. 또 여친들 입만 열면 하는 말,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부터 살 빼기 작전. 그러니 오늘은 ‘오징어 먹물밥’을 만들어 배가 터질 만큼 묵어도 괜찮아. <A La Table de Picasso>란 책, 번역하자면 ‘피카소의 식탁’ 정도. 에르민 에르세와 아그네스 카노넬의 공저다. 피카소가 즐기고 또 그림으로 그렸던 요리를 살필 수 있는 책. 여기에 오징어 먹물밥도 나오던데, 가장 만만한 듯싶어 겁 없이 덤볐다. 요리에 붙은 명패답게 오징어 먹물이 가장 필요해. 먹물과 화이트 와인을 섞어 밥에 부은 뒤, 동시에 버터와 오일을 두르고 소금으로 간을 맞춰 중불에 볶으면 완성. 여기에 양념소를 넣은 오징어를 석쇠에 잘 구워설랑 따로 준비하면 끝. 못 배운 사람이라도 먹물밥이라는 말에 주눅들 필요까진 없겠다.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말고 오징어 수프도 한 그릇 만들면 덤. 끓는 수프에 익은 오징어를 잘게 썰어 넣으면 된다. 피카소의 그림 중에 1946년 그린 ‘낙지 두 마리와 오징어 두 마리가 있는 정물’이 상다리에 놓이는 풍경. 누군가 잘 삶아 드셨을 포항 죽도시장 박달대게 ‘큰돌이’ 요리만은 못해도, 오징어 먹물밥도 반찬이랑 펼쳐놓으니 근사해 보여. 요리가 차려진 순간 ‘정물화’처럼 잠깐 멈추어 두 손을 모으고 “잘 먹겠습니다!”라며 합창. 끼니때 거르지 않고 잘 찾아먹는 게 잘 사는 삶이렷다. 멸치 아가씨가 뼈대 없는 집안 출신이라면서 오징어 총각을 퇴짜 놓았다지. 눈으로만 설핏 살폈지 머리에 든 걸 못 봤구나. 너무 무시하덜 말어. 뼈대 없다고서 개무시, 생김새도 차별. 잘근잘근 씹어대고 말이지. 오징어에게 너무들 해.

임의진 목사·시인 2023.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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