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단비와 단잠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7 추천 수 0 2023.12.21 21:39:37
.........

Cap 2023-12-21 21-37-51-851.jpg

[임의진의 시골편지] 단비와 단잠

 

한국말을 배우는 외국인들이 가장 무서워한다는 ‘할머니 뼈다귀 감자탕’집에서 나오는데 후드득 비가 떨어져. 남쪽은 하도 비가 드물어 인디언 기우제라도 지내야 할 판이다. “언젠가 저녁에 나는 앉아 아이들이 노는 걸 봤어. 웃는 표정들이었는데 날 보고 웃는 건 아니었어. 난 앉아서 아이들을 보며 눈물지었어. 돈으로 모든 걸 살 수는 없지. 아이들의 노래를 듣고 싶었어. 내가 들은 건 바닥에 튀는 빗소리였어.” 차에서 들은 ‘롤링 스톤스’의 ‘As Tears Go By’. 빗소리랑 섞여 ‘합주’만 같더라.

한 번은 칠레하고도 항구도시 발파라이소를 갔었는데, 그날도 오늘처럼 추적추적 빗줄기. 시인 파블로 네루다의 집에선 수평선이 보여. 뉴스에 보니 발파라이소 의사당에서 주 40시간으로 노동시간을 줄이자는 법안이 최종 통과되었단다. 나흘만 일하고 금·토·일 쉬는 나라. 노동자 ‘아만다’의 고되고 슬픈 사랑을 노래했던 포크 가수 빅토르 하라가 편히 영면에 들겠다. 엄마아빠가 집에서 기다리고, 아이들은 골목에서 늦게까지 뛰노는 세상. 우린 언제 그날을 맞을까.

롤링 스톤스는 공연 때마다 폭죽을 너무 많이 터트렸는데, 기자가 감탄하며 말하길 “무대가 환상적입니다. 액션 영화 같아요”. 그러자 멤버 한 사람이 “영화는 보는 것으로야 좋지. 폭죽에 등이 뜨거워 죽겠어. 얼른 끝내고 맥주나 마시고 싶소”. 요란한 폭죽과 환호보다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쉬는 게 더 행복한 가수의 심정.

우리나라는 주당 60시간이 넘는 노동과 불행의 아수라. 집값은 비싸고 월세도 높은데 코딱지만 한 아랫목에 붙어 있을 시간조차 없어라. 단비에 따뜻한 집에서 단잠 자고픈 사람들, 전쟁 연습을 멈추고 부모님 품에 돌아가고픈 어린 군인들. 그들 소원이 이루어지길. 잠깐 흩뿌린 비가 아쉬워 롤링 스톤스의 노래 한 번 더 듣는다.

임의진 목사·시인 2023.04.13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445 임의진 [시골편지] 꼬신내 file 임의진 2024-01-03 38
12444 임의진 [시골편지] 임자와 연락선 file 임의진 2024-01-02 20
12443 임의진 [시골편지] 쉬엄쉬엄 file 임의진 2024-01-01 31
12442 임의진 [시골편지] 툭툭 file 임의진 2023-12-31 34
12441 임의진 [시골편지] 사원과 구루 file 임의진 2023-12-30 48
12440 임의진 [시골편지] 상심 여행 file 임의진 2023-12-29 40
12439 임의진 [시골편지] 구래구래 file 임의진 2023-12-28 24
12438 한희철 볕뉘 한희철 2023-12-27 38
12437 임의진 [시골편지] 귀명창 file 임의진 2023-12-27 25
12436 임의진 [시골편지] 오월 어머니 file 임의진 2023-12-26 37
12435 임의진 [시골편지] 빠금살이 file 임의진 2023-12-25 35
12434 임의진 [시골편지] 운수 납자 file 임의진 2023-12-24 29
12433 임의진 [시골편지] 밤의 디스크쇼 file 임의진 2023-12-23 23
12432 임의진 [시골편지] 장발족 file 임의진 2023-12-22 22
» 임의진 [시골편지] 단비와 단잠 file 임의진 2023-12-21 27
12430 임의진 [시골편지] 홍차의 시간 file 임의진 2023-12-20 18
12429 한희철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한희철 2023-12-20 28
12428 이현주 믿지 않는 자들과 짝하지 말 것 (고후6:14-7:1) 이현주 2023-12-20 12
12427 이현주 하나님의 일꾼으로서 허물없는 삶을(고후6:1-13) 이현주 2023-12-20 8
12426 이현주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고후5:11-21) 이현주 2023-12-20 9
12425 이현주 땅의 장막과 하늘의 집(고후5:1-10) 이현주 2023-12-20 16
12424 이현주 날로 문들어지는 겉사람과 날로 새로워지는 속사람(고후4:16-18) 이현주 2023-12-20 14
12423 이현주 보물을 담은 질그릇 같은 존재(고후4:1-15) 이현주 2023-12-20 15
12422 이현주 새 계약의 심부름꾼(고후3:1-18) 이현주 2023-12-20 3
12421 이현주 하나님께 바쳐지는 그리스도의 향기(고후2:12-17) 이현주 2023-12-20 10
12420 이현주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는 이유(고후2:5-11) 이현주 2023-12-20 4
12419 이현주 방문 계획을 취소한 이유(고후1:23-2:4) 이현주 2023-12-20 7
12418 임의진 [시골편지] 성공담 file 임의진 2023-12-19 5
12417 임의진 [시골편지] 사탕 가게 file 임의진 2023-12-18 6
12416 임의진 [시골편지] 신발 가게 file 임의진 2023-12-17 8
12415 임의진 [시골편지] 오징어 먹물밥 file 임의진 2023-12-15 10
12414 임의진 [시골편지] 만병통치약 file 임의진 2023-12-14 10
12413 한희철 탕, 탕, 탕! 한희철 2023-12-13 19
12412 임의진 [시골편지] 졸업장 file 임의진 2023-12-13 13
12411 임의진 [시골편지] 파알딱 팔딱 file 임의진 2023-12-12 9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