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귀명창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5 추천 수 0 2023.12.27 22:06:20
.........

Cap 2023-12-27 22-04-50-072.jpg

[임의진의 시골편지] 귀명창

 

선생님이 엄마 아빠가 집에서 책을 읽는 걸 본 기억에 대해 묻자 한 학생이 번쩍 손! “집에선 그런 기억 아예 없고요. 가끔 노래방엘 가는데 그땐 열공 하시죵.” 아이들이 깔까르르. 애나 어른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 부르기를 참 좋아해. 큼큼~ 멱 따는 것도, 귀를 쫑긋하고 듣는 것도 좋아해. 그중의 으뜸은 귀명창이라고 한다지. 귀지를 파고 내 노래도 들어보렴. 이른바 ‘삑사리’는 내 잘못이 아니고 당신 귀에 누른 귀지 귓밥 때문이야.

명창 신재효와 진채선의 이야길 아는가. 스승과 제자로 만난 둘은 전북 고창이 고향이다. 신재효는 1812년생, 진채선은 무당의 딸로 1842년생. 스승이 지은 동리정사에서 소리 공부를 시작한 진채선. 당시엔 남장을 하고 노래를 불러야 했는데, 경복궁 재건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데뷔해 일약 명창이 되었다. “가까이 두고 오래도록 소리를 듣고 싶구나.” 귀명창 임금과 대원위 대감 등은 진채선의 소릿가락에 푹 빠져버렸다. 더는 남장을 할 필요도 없다며 칭찬하니 조선의 첫 여성 명창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신재효는 시골에 내내 칩거하여 여섯마당 판소리 사설을 정리했다. 병이 들자 진채선이 내려와 극진히 병간호를 하고 임종까지 지켰다. 서로를 알아보고 아끼고 존중한 귀명창들.

동네 누가 애완용 닭을 ‘단체’로 키우는데 귀가 따가울 때가 많다. 그래도 한 녀석은 고음처리를 잘하덩만. 그놈 소린 들을 만해. 암튼 서양 닭도 있어선지 시차 적응을 못하고 밤낮으로 고성방가.

나는 요새 동요를 찾아듣고, 또 자주 불러본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우리집 멍뭉이들은 귀명창이라서 짖지 않고 내 노래를 눈을 감고 잘 들어준다.

임의진 시인2023.05.25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2445 임의진 [시골편지] 꼬신내 file 임의진 2024-01-03 38
12444 임의진 [시골편지] 임자와 연락선 file 임의진 2024-01-02 20
12443 임의진 [시골편지] 쉬엄쉬엄 file 임의진 2024-01-01 31
12442 임의진 [시골편지] 툭툭 file 임의진 2023-12-31 34
12441 임의진 [시골편지] 사원과 구루 file 임의진 2023-12-30 48
12440 임의진 [시골편지] 상심 여행 file 임의진 2023-12-29 40
12439 임의진 [시골편지] 구래구래 file 임의진 2023-12-28 24
12438 한희철 볕뉘 한희철 2023-12-27 38
» 임의진 [시골편지] 귀명창 file 임의진 2023-12-27 25
12436 임의진 [시골편지] 오월 어머니 file 임의진 2023-12-26 37
12435 임의진 [시골편지] 빠금살이 file 임의진 2023-12-25 35
12434 임의진 [시골편지] 운수 납자 file 임의진 2023-12-24 29
12433 임의진 [시골편지] 밤의 디스크쇼 file 임의진 2023-12-23 23
12432 임의진 [시골편지] 장발족 file 임의진 2023-12-22 22
12431 임의진 [시골편지] 단비와 단잠 file 임의진 2023-12-21 27
12430 임의진 [시골편지] 홍차의 시간 file 임의진 2023-12-20 18
12429 한희철 나에게는 꿈이 있습니다 한희철 2023-12-20 28
12428 이현주 믿지 않는 자들과 짝하지 말 것 (고후6:14-7:1) 이현주 2023-12-20 12
12427 이현주 하나님의 일꾼으로서 허물없는 삶을(고후6:1-13) 이현주 2023-12-20 8
12426 이현주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피조물(고후5:11-21) 이현주 2023-12-20 9
12425 이현주 땅의 장막과 하늘의 집(고후5:1-10) 이현주 2023-12-20 16
12424 이현주 날로 문들어지는 겉사람과 날로 새로워지는 속사람(고후4:16-18) 이현주 2023-12-20 14
12423 이현주 보물을 담은 질그릇 같은 존재(고후4:1-15) 이현주 2023-12-20 15
12422 이현주 새 계약의 심부름꾼(고후3:1-18) 이현주 2023-12-20 3
12421 이현주 하나님께 바쳐지는 그리스도의 향기(고후2:12-17) 이현주 2023-12-20 10
12420 이현주 잘못한 사람을 용서하는 이유(고후2:5-11) 이현주 2023-12-20 4
12419 이현주 방문 계획을 취소한 이유(고후1:23-2:4) 이현주 2023-12-20 7
12418 임의진 [시골편지] 성공담 file 임의진 2023-12-19 5
12417 임의진 [시골편지] 사탕 가게 file 임의진 2023-12-18 6
12416 임의진 [시골편지] 신발 가게 file 임의진 2023-12-17 8
12415 임의진 [시골편지] 오징어 먹물밥 file 임의진 2023-12-15 10
12414 임의진 [시골편지] 만병통치약 file 임의진 2023-12-14 10
12413 한희철 탕, 탕, 탕! 한희철 2023-12-13 19
12412 임의진 [시골편지] 졸업장 file 임의진 2023-12-13 13
12411 임의진 [시골편지] 파알딱 팔딱 file 임의진 2023-12-12 9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