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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귀명창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5 추천 수 0 2023.12.27 22: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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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 귀명창

 

선생님이 엄마 아빠가 집에서 책을 읽는 걸 본 기억에 대해 묻자 한 학생이 번쩍 손! “집에선 그런 기억 아예 없고요. 가끔 노래방엘 가는데 그땐 열공 하시죵.” 아이들이 깔까르르. 애나 어른이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노래 부르기를 참 좋아해. 큼큼~ 멱 따는 것도, 귀를 쫑긋하고 듣는 것도 좋아해. 그중의 으뜸은 귀명창이라고 한다지. 귀지를 파고 내 노래도 들어보렴. 이른바 ‘삑사리’는 내 잘못이 아니고 당신 귀에 누른 귀지 귓밥 때문이야.

명창 신재효와 진채선의 이야길 아는가. 스승과 제자로 만난 둘은 전북 고창이 고향이다. 신재효는 1812년생, 진채선은 무당의 딸로 1842년생. 스승이 지은 동리정사에서 소리 공부를 시작한 진채선. 당시엔 남장을 하고 노래를 불러야 했는데, 경복궁 재건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데뷔해 일약 명창이 되었다. “가까이 두고 오래도록 소리를 듣고 싶구나.” 귀명창 임금과 대원위 대감 등은 진채선의 소릿가락에 푹 빠져버렸다. 더는 남장을 할 필요도 없다며 칭찬하니 조선의 첫 여성 명창이 탄생한 순간이었다. 신재효는 시골에 내내 칩거하여 여섯마당 판소리 사설을 정리했다. 병이 들자 진채선이 내려와 극진히 병간호를 하고 임종까지 지켰다. 서로를 알아보고 아끼고 존중한 귀명창들.

동네 누가 애완용 닭을 ‘단체’로 키우는데 귀가 따가울 때가 많다. 그래도 한 녀석은 고음처리를 잘하덩만. 그놈 소린 들을 만해. 암튼 서양 닭도 있어선지 시차 적응을 못하고 밤낮으로 고성방가.

나는 요새 동요를 찾아듣고, 또 자주 불러본다. “송알송알 싸리잎에 은구슬 조롱조롱 거미줄에 옥구슬 대롱대롱 풀잎마다 총총….” 우리집 멍뭉이들은 귀명창이라서 짖지 않고 내 노래를 눈을 감고 잘 들어준다.

임의진 시인2023.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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