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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46 추천 수 0 2024.01.15 15: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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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그의 말은 집사들 사이에서
맹렬한 분노를 자아냈다, 폐렴으로 아이를 잃자
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주에 그는 우리 마을을 떠나야 한다.
-기형도, 『입 속의 검은 잎』 중에서 ‘우리 동네 목사님’
목사의 위치나 호칭은 대개가 비슷할 것이다. ‘아무개 목사’거나, ‘어느 교회 목사’거나, ‘어떤 동네 목사’일 것이다. 사람들의 입에서 오르내릴 때야 ‘그 목사’일 가능성이 클 터이고.
시인은 그를 끝까지 ‘우리 동네 목사님’이라 부른다. 말 한마디에도 충분히 마음이 담긴다. ‘우리 동네’라 부르는 데선 목사를 남으로 여기지 않는 마음이 묻어나고, ‘목사님’이라 부르는 데선 존경이나 신뢰의 마음이 느껴진다. 목사가 누군가에게 ‘우리 동네 목사님’이라는 말을 듣는다면, 그것 하나만으로도 그의 삶은 헛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까지 든다.
‘우리 동네 목사님’은 다음 주면 ‘우리 마을’을 떠나야 한다. 시인에게는 우리 동네 목사님이었을지 몰라도, 교인들이 원하는 목사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목사는 철공소 앞에서 자전거를 세우고 양철 홈통을 반듯하게 펴는 대장장이의 망치질을 조용히 바라본다. 교인들이 원하는 목사의 자리는 예배당이나 기도실, 혹은 교인 집을 찾아가 심방 예배를 드리는 자리였을 것이다. 자신들도 눈길 주지 않는 철공소 앞에 서 있는 목사는 불편하고 낯설었을 것이다.
자전거 짐틀 위에는 두껍고 딱딱해 보이는, 하필이면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실려 있다. 교인들이 목사의 자전거에 실려 있기를 바라는 것은 성경책만한 송판들이 아니라 성경책이었을 것이다. 그는 큰 소리로 기도하거나 손뼉을 치며 찬송하는 법도 없었으니 교인들이 주일마다 쑤군거릴 만도 하다. 학생회 소년들과 목사관 뒤터에 푸성귀를 심다가 저녁 예배에 늦은 적도 있으니, 교인수 줄어들듯 교인들의 인내심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었을 것이다.
가뜩이나 불편한 심경을 가지고 있던 터에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는 목사의 말은 마침내 집사들 사이에서 맹렬한 분노를 자아냈고, 목사를 더 이상 그냥 둘 수 없다는 자신들의 판단이 옳다는 심증으로 작용을 했을 것이다.
말로 하기는 그렇지만 무엇보다 꺼림칙한 것이 있다. 그것은 교인들만의 일이 아니어서 마을 전체가 은밀히 눈빛을 주고받으며 고개를 끄떡인 일이다. 목사의 둘째아이가 폐렴으로 세상을 떠난 것이다. 목사부터가 복(福)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이 확인이 된 셈이다. 목사에게 닥친 화가 자신들에게도 퍼진다면 그것은 큰 일, 목사가 동네를 떠날 시간을 미룰 까닭이 없어지고 말았다.
하나둘 돋는 맑은 별들처럼 천막교회 천장을 밝히던 작은 전구는 더 이상 불을 밝히지 않을 것이다. 목사가 정성껏 가꾼 교회당 주변 꽃밭은 금방 교인들에게 밟힐 것이다. 주섬주섬 공구를 챙겨들던 대장장이를 바라보며 한참 동안 무엇인가를 생각하던 목사는 주섬주섬 무엇을 챙겨들고 어디로 떠날 생각을 했을까. 성경이 아니라 생활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고 했던 ‘우리 동네 목사님’은 또 다시 어디에 밑줄을 그으려 할까.
누군지도 모르는 ‘우리 동네 목사님’이 ‘우리 마을’을 떠난다는데 왜 이리 마음은 아려오는 것일까.
<고운 눈 내려 고운 땅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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