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낮고 낮은 집들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2 추천 수 0 2024.01.16 21:58:29
.........

Cap 2024-01-16 21-56-55-622.jpg

[임의진의 시골편지] 낮고 낮은 집들

 

한번은 남태평양 섬에 갔다. 하루는 이런 전설을 들었어. 해변의 야자수들이 태풍에 부러지고 꺾인 후, 그 황량한 풍경 앞에서 원주민들이 망연자실. 하지만 추장님은 벌떡 일어나 어린 야자수 몇몇을 골라 위에다가 큼지막한 돌을 하나씩 올려놓는 의식을 베푼대. 그리고 이듬해 바닷가에 다시 찾아가면 다른 나무들이 두세 배 키를 높일 때 여전히 돌을 짊어진 야자수들은 제자리걸음. 이제 돌을 땅에 내려놓고 나무에 이렇게 당부한대.

“남들은 다투어 하늘로 높이 솟구칠 때 너희들은 무겁고 힘든 돌을 머리에 이고서 얼마나 힘들었니. 하지만 그동안 너희들은 누구보다 넓게 뿌리를 뻗을 수 있었단다. 이제부턴 위로 솟구쳐 오르려무나. 그래서 우리 마을을 태풍으로부터 지켜주렴. 돌을 머리에 이고 엉엉 울었을 야자수들아. 이제부터 푸른 하늘만큼 푸른 바다만큼 웃고 또 웃으렴!”

그곳의 나무들을 기억한다. 그 마을의 아침도 똑같이 닭들이 울고, 아이들이 문밖으로 쏟아져 나오더라. 병아리가 아장아장 걸어오는 아침, 꼬꼬닭 두어 마리 마당을 질주하고 뒤따라 병아리떼 엄마를 따라 내달린다. 엄마가 아침 운동을 시키나봐. 하나 둘 셋 넷! 수다스러운 구령에 맞춰 버드나무집 그늘은 드넓게 해가 눕고, 밭은 닭똥밭이 되지만 또 거기서 푸성귀들이 자란다.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집은 산골에선 드물어. 송곳니를 드러내고 무섭게 짓는 개보다는 사람이 반갑다며 발뒤꿈치를 핥는 개가 거반은 많아. ‘개조심’이라고 써붙인 집은 대부분 뻥이야~ 뻥. 머리가 찧도록 낮고 낮게 집을 짓고, 정으로 사랑으로 뿌리를 옆으로 뻗으며 손에 손을 잡지.

식혜나 물을 한잔 들고 가라 청하고, 툇마루에 앉으면 지난한 살아온 이야기들을 꺼내신다. 이 나라의 주인인 사람들의 이야기. 이 나라 겨레의 산 역사. 부디 가가호호 한가위 복되고 따숩기를.

임의진 시인2023.09.27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12410 임의진 [시골편지] 붕어빵 성찬식 file 임의진 2023-12-11 16
12409 임의진 [시골편지] 남쪽바다 사진사 file 임의진 2023-12-10 11
12408 이현주 고린도를 방문할 계획(고후1:12-22) 이현주 2023-12-08 10
12407 이현주 고난과 함께 위로를 주시는 하나님(고후1:3-11) 이현주 2023-12-08 19
12406 이현주 첫인사(고후1:1-2) 이현주 2023-12-08 9
12405 이현주 마지막 인사(고전16:15-24) 이현주 2023-12-08 9
12404 이현주 고린도로 갈 계획에 대하여(고전16:5-14) 이현주 2023-12-08 4
12403 이현주 예루살렘 교회로 보낼 성금에 대하여(고전16:1-4) 이현주 2023-12-08 8
12402 이현주 육으로 묻혀 영으로 다시 살아남에 대하여(고전15:35-58) 이현주 2023-12-08 6
12401 이현주 죽은자의 부활이 없다면(고전15:12-34) 이현주 2023-12-08 7
12400 이현주 복음의 내용과 그 뜻(고전15:1-11) 이현주 2023-12-08 17
12399 이현주 교회 안에서의 절제와 질서(고전14:26-40) 이현주 2023-12-08 10
12398 한희철 선생님들, 힘내세요 한희철 2023-12-08 17
12397 한희철 그건 제 돈이 아니잖아요 한희철 2023-11-29 20
12396 이현주 방언보다 예언하기를(고전14:1-25) 이현주 2023-11-26 14
12395 이현주 사랑(고전13:1-13) 이현주 2023-11-26 13
12394 이현주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의 여러 지체(고전12:12-31) 이현주 2023-11-26 15
12393 이현주 성령님이 주시는 신령한 선물들(고전12:1-11) 이현주 2023-11-26 6
12392 이현주 교회의 공동 식사와 주님의 밥상에 대하여(고전11:17-34) 이현주 2023-11-26 9
12391 이현주 머리를 무엇으로 가리는 것에 대하여(고전11:2-16) 이현주 2023-11-26 7
12390 이현주 무엇을 먹든지 마시든지 도 무엇을 하든지(고전10:23-11:1) 이현주 2023-11-26 6
12389 이현주 조상들의 경험을 거울로 삼아(고전10:1-22) 이현주 2023-11-26 2
12388 이현주 본인의 사도직을 비방하는 자들에게 하는 말(고전9:1-27) 이현주 2023-11-26 3
12387 이현주 우상 앞에 놓았던 음식을 먹는 것에 대하여 (고전8:1-13) 이현주 2023-11-26 6
12386 한희철 사람이 사람을 만든다면 한희철 2023-11-23 36
12385 한희철 유쾌하게 지기 한희철 2023-11-16 24
12384 이현주 미혼자들의 성생활에 대하여(고전7:25-40) 이현주 2023-11-14 17
12383 이현주 부르심을 받았을 때의 상태 그대로(고전7:17-24) 이현주 2023-11-14 8
12382 이현주 결혼과 이혼에 대하여(고전7:1-16) 이현주 2023-11-14 6
12381 이현주 성령의 거룩한 성전인 사람의 몸(고전6:12-20) 이현주 2023-11-14 9
12380 이현주 형제들끼리 소송하는 것에 대하여(고전6:1-11) 이현주 2023-11-14 14
12379 이현주 교회 안에서 음행하는 자들에 대하여(고전5:1-13) 이현주 2023-11-14 7
12378 이현주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그리스도의 일꾼(고전4:1-21) 이현주 2023-11-14 10
12377 이현주 사람을 자랑하지 말 것(고전3:8-23) 이현주 2023-11-14 6
12376 이현주 예수 그리스도라는 기초 위에 세워지는 건물들(고전3:10-17) 이현주 2023-11-14 3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