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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부러워라 눈사람 아저씨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074 추천 수 0 2009.01.13 21:3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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덤불 속에서 꿩 한 쌍, 그러니까 수꿩인 장끼와 암꿩인 까투리가 튀어나와 꽥 꽤액 죽는 소리를 하고들 도망친다. 내가 뭐 꿩 사냥을 나온 것도 아닌데 무안하게시리. 밤새 온기를 나누며 짜릿하였덤불 속에서 꿩 한 쌍, 그러니까 수꿩인 장끼와 암꿩인 까투리가 튀어나와 꽥 꽤액 죽는 소리를 하고들 도망친다. 내가 뭐 꿩 사냥을 나온 것도 아닌데 무안하게시리. 밤새 온기를 나누며 짜릿하였을 둘의 단칸방을 기웃거려 보았다. 새들도 연말연시라고 살붙이 피붙이들과 함께 보내는구나. 뒷산 고갯마루에 앉아 한숨 한방 뱉어내고, 내려오는 길. 멀리서 보니까 부녀회장님이 소슬문을 두드리고 계셨다. 내가 없는 거 같으니까 우편함에다 뭘 꽂아두고 가신다. 농협에서 집집마다 돌리는 새해 달력. 조합원도 아닌데 같은 마을에 산다고 해마다 챙겨주신다. 내가 이쪽 산골로 이사를 온 지도 벌써 5년째. 밥하고 빨래하고 야무지게 버텨온 세월, 그 세월 참 빠르기도 하지. 이러다가 금세 어르신들 뒤를 이어 독거노인으로 등극하게 될 날도 머지않겠군.

알맞은 곳 찾아 달력을 걸고 새해 첫 달 첫 주 어느 날, 쳇 베이커의 노래 ‘마이 퍼니 발렌타인’을 숨죽여 듣고 있을 내 생일에다가 동그라미를 크게 치고…. 순간 돌아가신 부모님 생각이 나서 ‘엄마아아, 아빠아아’ 애들 마냥 길게 불러보고…. 오늘 같은 특별한 날엔 간만에 고등어 반찬. 물고기 중에서 가장 학벌이 높다는 고등어, 그래서 나 같은 멍청이에게 좋다는 고등어를 구워 먹어야겠다. 냉동실에 아껴둔 고등어 한 토막 꺼내어 녹을 때까지 기다리면서 달력을 한 장 두 장 살펴본다. 이 많은 날을 다 견디며 살아야 하나? 무슨 밥벌이로 살아낼까? 참말 거시기한 생각이 들어 달력 보기 중단. 창문 쪽으로 고개를 돌렸더니 싸라기눈이 내리기 시작하는군. 내일 아침엔 눈사람 아저씨가 찾아올지도 모르겠다. 그 아저씨 되게 보고 싶었는데…. 새해 첫날 눈사람 아저씨랑 둘이 보내도 쓸쓸하진 않겠다. 권총을 찬 허리띠도 없고, 돈지갑을 넣을 주머니도 없이 구름처럼 바람처럼 평화로운 눈사람 아저씨. 난 무소유와 대자유의 겨울 나그네 눈사람 아저씨가 항상 부럽기만 하더라.

<목사·시인 임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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