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여기저기 흰 구름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277 추천 수 0 2009.03.04 23:06:36
.........


구름은 하늘에만 떠다니는 게 아니다. 저수지 뽀짝 윗동네 오래된 함석집엔 ‘구름’이란 이름의 아이가 살고 있다. 엄마 아빠가 어떤 사정 때문인지는 몰라도 부부의 연을 끊은 뒤 외할머니에게 맡겨져 자란 구름은 이제 어엿한 고등학생이 되었다. 구름이가 기숙사에서 밀린 빨래를 가져오는 날은 소위 놀토나 가지가지 공휴일. 여름한철 촌닭 백숙을 파는 가게로 근근이 생계를 잇는 할머니댁. 여름 아닌 겨울인데도 닭죽 끓이는 군불이 모락모락 오르다가 먼 하늘 흰 구름떼에 보태지기도 한다.
설날 명절을 앞두고 할머니는 손녀딸 구름이 주려고 옥수수 튀밥을 장만하셨다. 튀밥은 마치 하늘을 떠다니는 꼬맹이 작은 구름처럼 생겼겠다. “고 가시내는 밋 없는 차두(밑없는 자루) 맹키로 튀밥을 좋아한단 말이오. 꼬신내(고소한 냄새)도 나고 지 입맛에 달그작작헝게 그랑가 테레비 봄시롱 한도 읎이 묵어재낀 당깨라우. 소락대기(소리)를 질러야 그때서야 그만두재 냅둬불믄 아마 한 차두는 족히 묵어불 것이오. 어디 비름박지(거지)라도 그라코롬 옥시시 튀밥을 좋아헐 것이요이.” 구름이 흉을 보다가 할머니 입꼬리는 오무라드는 게 아니라 외려 귀에 걸리신다. 할머니는 구름이 말만 나오면 자동적으로 웃는 표정으로 변하고 만다. “제 눈엔 얍실얍실 이쁘게만 생겼습디다” 했더니 더 신이 나서 구름이 이야길 끝도 없이 하신다. 도로보다 아래 위치한 구름이 집은 낮때껏 응달이 져서 한번 내린 눈은 잘 녹지를 않는다. 할머니 몸뻬나 널리던 빨랫줄에 구름이 빨래가 널리는 날은 흰 구름도 길을 틀어 햇님을 덮치지 않는다. 땅에 사는 ‘땅구름’을 위해 한줌 햇볕이라도 보태주려는 하늘구름의 예쁜 마음씨가 그러하다. 늦잠을 저녁나절에야 저수지 둑길로 운동을 나갔는데 구름이가 와 있더라. 멀리 널어둔 빨래만 봐도 그 집 속을 훤히 알겠다.

<임의진 목사·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935 이해인 용서하십시오 2 이해인 2009-03-27 3997
5934 이해인 용서하십시오 이해인 2009-03-27 3967
5933 이해인 고백 성사 이해인 2009-03-27 4309
5932 이현주 성인은 사람들하고는 다르면서 하늘에 일치한 사람이다 이현주 2009-03-20 3989
5931 이현주 無事而生定 이현주 2009-03-20 3653
5930 이현주 가어이물(假於異物)하여 탁어동체(託於同體)라 이현주 2009-03-20 3882
5929 이현주 삶에서 깨어나기 이현주 2009-03-20 3922
5928 이현주 하지 중에서 않고서 한다 이현주 2009-03-20 3638
5927 이현주 대장장이가 쇠를 녹여 무엇을 만들고자 한다면 이현주 2009-03-20 3915
5926 이현주 사람은 누구나 스스로 자기를 해방할 수 있다. 이현주 2009-03-20 3923
5925 이현주 천무사복(天無私覆)이요 지무부재(地無不載)라 이현주 2009-03-20 4172
5924 이현주 吾猶守而告之 이현주 2009-03-20 3892
5923 이현주 갈고 닦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이현주 2009-03-20 3877
5922 이현주 길은 순서(order)다. 이현주 2009-03-20 3823
5921 이현주 吾聞道 - 나는 도(道)를 들었다 이현주 2009-03-20 3739
5920 이현주 非想非非想 이현주 2009-03-20 3751
5919 이현주 죽기 싫어하는 마음 이현주 2009-03-20 4022
5918 이현주 횃불로 태양을 더 밝게 할 수는 없다. 이현주 2009-03-20 4020
5917 임의진 [시골편지] 단둘이 마시는 매화차 file 임의진 2009-03-04 4448
5916 임의진 [시골편지] 보푸라기 file 임의진 2009-03-04 2743
5915 임의진 [시골편지] 인생 졸업식 file 임의진 2009-03-04 3805
5914 임의진 [시골편지] 달빛 창문 file 임의진 2009-03-04 2536
5913 임의진 [시골편지] 담배연기 file 임의진 2009-03-04 2859
5912 임의진 [시골편지] 수저통 file 임의진 2009-03-04 2201
» 임의진 [시골편지] 여기저기 흰 구름 file 임의진 2009-03-04 2277
5910 임의진 [시골편지] 자물쇠 임의진 2009-03-04 2423
5909 이해인 말과 침묵 이해인 2009-03-01 4841
5908 이해인 새가 전하는 말 이해인 2009-03-01 5147
5907 이해인 당신을 따른다는 것은 이해인 2009-03-01 2145
5906 이해인 일기-범일동 성당에서 이해인 2009-03-01 4300
5905 이해인 가벼운 게 좋아서 이해인 2009-03-01 4128
5904 이해인 태양이신 예수님께 이해인 2009-03-01 4222
5903 이현주 똑같은 말을 해도 이현주 2009-02-27 4300
5902 이현주 그것이 인생이다. 이현주 2009-02-27 1906
5901 이현주 인생이란 무엇일까? 이현주 2009-02-27 3757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