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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담배연기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859 추천 수 0 2009.03.04 23:1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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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채 아재가 세상을 떠난 지도 어언 달포쯤 되어가는군. 전에 여기 편지에도 쓴 일이 있었는데, 돈 좀 꾸어달라며 울상을 지으시더란 분 말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폐암 말기였다고. 병은 늦게 발견되었고, 두어 달 투병하시다 서커스 공중그네처럼 후딱 건너편 세상으로 날아가 버리셨다. 죽어 석잔 술이 살아 한잔 술만 못하실 텐데, 저승 구경이 무어 그리 급해 바삐 떠나셨을꼬. 다정하고도 유정했을 치마폭을 잃고 골골 외롭게 지내온 십수년, 담배가 유일한 애인이라며 불 뿜는 용가리가 따로 없이 왼종일 뻐금거리셨던 아재. 체 게바라가 당나귀를 타고 시가를 물었다면 아재는 경운기를 타고 담배 라일락을 꼬나물며 FTA 농민집회도 어김없는 출석을 했다. 이종구 화백의 그림에 나오는 농민 얼굴, 그 대표적인 판박이로 일그러졌던 아재의 얼굴은 기억에 오래 남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동네에 빈집이 절반인데 한 채 더 늘었구나. 택시를 모는 동생네가 가끔씩 집을 돌보기로 했다지만 한번 사람이 안 살기 시작하면 대들보가 어슷하게 기울어져 폐가 흉가 꼴이 어느새 나버린다. 오늘은 도둑고양이 엄마가 서너 마리 아기들을 데리고 아재 집 담장을 넘나드는 걸 봤다. 사람 살지 않는 집에 도둑고양이 가족이 이사를 온 거 같다. 고양이들은 알까? 용채 아재가 얼마나 좋은 분이셨다는 걸. 월세도 안받고 집을 거저 내준 아재에게 고양이 가족들은 정말 감사하며 살아야 할 것이다. 당장 나는, 새봄에 누가 경운기로 밭을 갈아줄까 그게 걱정거리다. 그뿐인가. 땅 꺼지는 한숨에 섞어 내 면상을 향해 내뿜던 그놈의 독한 담배 연기도 왈칵 그리울 게다.

<임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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