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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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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달이 어찌나 좋던지 혼자 보기 아까웠다. 친구들 얼굴도 보름달 얼굴이려니 그리워서 바깥세상에 나갔는데 단체로 전화를 안 받더라. 인기가 식은 줄은 진작 알아 모셨지만, 영양가 없는 촌놈의 전화라고 싸그리 외면이라니. 소달구지 덜컹대던 <워낭 소리> 영화 한편 감상, 뒤풀이는 단골집 ‘백수 간재미’에서. 구세주 메시아까진 못되어도 암울한 청춘의 작은 주님 쐬주를 각별히 모시다가 늦은 밤 택시 잡아타고 휘청허청 산골로 돌아왔다. “이 시간까지 문 여는 데는 이 집밖에 없어서 왔네.” 간뎅이가 밖으로 튀어나온 사내들이 현관문 앞에서 내뱉는다는 궁색한 농담. 나야 여기 골짝에선 옆집 사나운 진돗개 말고는 짖어댈 사이렌도 없고, 앞길을 막을 만리장성도 없다보니 대문 앞에서 승강이도 없이 밋밋하고 심심하기조차.
으그 추워! 난로에 불 지핀 뒤 차렵이불이라도 한 채 더 꺼내 꽃샘추위와 대섰다. 반달곰 겨울잠 자듯 옹동그려 누웠는데 창호문 밖으로 달빛자락이 곰지락거리더군. 동그란 밤하늘 눈망울, 정월대보름달! 해마다 내 곁에서, 나를 은은히 지켜보며 염려해온 저 밝은 눈길이 있었음을 새삼 감사드리지 않을 수 없었다. “내 가슴에 달이 하나 있다. 푸른 저 달이 부풀어 오르면, 구름 걷히고 밤하늘 맑아지면, 내 가슴에 달빛 있다. 품고 다녔던 맑고 고운 빛, 날 어두워 캄캄하여도, 가끔 돌부리에 휘청거려도, 검은 숲에서 길을 잃어도, 내 가슴에 달이 하나 있다. 내 가슴에 달빛 있다….” 언젠가 지었던 졸시, 어떤 가수가 노래를 만들어 부르더라만, 내 입술로 불러본 건 처음이었다. 달빛 창문을 향해 베개를 베고 누웠는데 내 가슴속까지 보름달 둥싯 뜨더라.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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