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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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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어 주 짬을 내어 혼자 떠나는 여행! 아시아 최남단 아라비카 커피 산지 인도네시아 자바, 그리고 신생독립국 동티모르의 커피 농가들까지 쭉 둘러보고 왔다. 집 떠나면 고생이라지만 질 좋고 맛 좋은 커피만큼은 원도 한도 없이 마실 수 있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하는 가루다항공 비행기를 탔는데, 옆자리에 앉은 중년 신사는 인도네시아 기업 사장님으로 한국에 업무차 다녀가시는 길. 비행기에선 담배를 피우지 못하니까 꿩 대신 닭 삼아 껌을 씹고 계셨다. 그런데 구겨진 껌 껍질을 보니까 인삼껌. 한국인 친구가 몇 통 사주었다며 씩 웃는다. 이거 씹으면 인삼 효능을 받아설랑 진짜 몸도 좋아지는 거냐고 농담 섞인 질문까지.
덩달아 입이 궁금하여 승무원에게 커피를 달라 해서 마시고, 그는 인삼껌을 씹다 말고는 자기나라 맥주 빈땅을 벌컥벌컥 마셔댔다. 그리곤 다시 인삼껌 하나를 껍질 벗겨 호물호물 짝짝. 저러다 턱에 무리가 가지나 않을까 걱정. 종내는 뻗쳤는지 잠에 곯아 떨어졌는데, 자면서도 한번씩 우물우물 짝짝. 올림픽 껌씹기 대회가 있다면 무조건 금메달감이었다. 인삼껌이 맛나다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굿굿 그런다. 맞장구를 쳐주었더니 껌 하나를 권한다. 껌 씹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는데, 성의를 봐서 그럼 나도 한번 짝짝. 그 사장님, 비행기가 착륙하여 대기하는 중에도 또다시 껌을 꺼내 새 걸로 씹기 시작하더라. 내 평생 그렇게 껌을 연방으로 열심히 씹는 사람은 처음 봤다. 나른한 봄날, 몸에 좋다는 인삼은 비싸서 못 사먹어도 껌이야 그까짓 거. 여행후유증인가? 세상사 심심하구나. 고작 입이나마 즐거우라고 껌 씹기는 싫지만서두, 오늘은 껌이 당긴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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