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왕따 당한 날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981 추천 수 0 2009.06.07 20:18:13
.........
20090416_01100126000001_01L.jpg 
모친 돌아가신 뒤 유학 갈 작정으로 집을 내놓았었다. 밭까지 딸린 덩치여서 농사를 겸할 임자를 만나지 못했고, 나도 다른 사정이 생겨 그냥 포기하고 눌러앉은 게 오늘까지. 땅 시세를 묻고 다니는 일을 취미 삼은 외지인들이 마을을 훑고 지나가면 개들도 평소보다 사납게 짖고 나도 덩달아 마음이 휑해진다. 잠식이라고 해야 하나. 점차 밀려드는 택지들과 하얀색 조립식 별장들이 얄밉다. 오리지널 촌놈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시인도 아닌 경계인이 분명할 나는, 빼도 박도 못한 채 시쳇말로 ‘멍 때리며’ 산다.

동네 부녀회는 아침에 소록도로 관광을 떠났다. 영감님들하고 개들하고 나무들만 동네를 지키겠구나. 이런 날은 또 후딱 시간이 가지도 않는다. 하여 뒷산 진달래가 좋으니 화전놀이나 해볼까나. 마침 누가 쌀가루를 준 게 있어서 반죽을 하고 진달래 꽃숭어리를 따 얹으면 빛깔 좋은 꽃전이 짜잔-. 소록도 관광이 아무리 좋대도 요 재미를 능가하진 못하리라. 용용 죽겠지. 그런데 이 요리사님이 지진 화전을 나눠 잡술 영감님들이 안 보이는군. ‘이 눔의 영감탱이들이 할멈들 없다고 그 새 바람을 피우는 갑서?’ 찾아다녔다. 알고 보니 부녀회 관광엔 영감님들이 필수 휴대품목, 바늘 가는데 실 안갈까. 그럼 나만 버려두었단 소리인데, 이게 왕따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이냐. 순간 살맛이 뚝 떨어지더라. “빨랑 늙어불팅게 지발 놀 때는 나도 낑개서 놀아주셔.” 호기는 어디로 가고 굴욕 모드로다가, 얼마나 섭섭했으면….

<임의진 목사 | 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10135 김남준 존 오웬의 회심 김남준 2010-04-18 3987
10134 이현주 당신의 존재 자체가 햇볕을 내려줌, 곧 사랑이신 까닭이다 이현주 2009-03-31 3987
10133 이현주 참말은 찬 말이다. 이현주 2009-01-22 3987
10132 이해인 별을 보면 -하늘은 이해인 2007-12-30 3987
10131 김남준 영혼의 고통 김남준 2007-07-28 3986
10130 김남준 열매맺는 영성 김남준 2007-05-09 3986
10129 김남준 거듭나지 못한 사람들의 마음상태 김남준 2007-04-18 3986
10128 이해인 비 내리는 날 이해인 2010-11-19 3985
10127 이현주 누가 뿌리인가? 이현주 2008-10-16 3985
10126 이현주 교회에는 꼭 나가야 돼요? 이현주 2007-09-18 3984
10125 김남준 천국과 지옥 김남준 2007-05-06 3984
10124 이해인 빨래 -오늘도 이해인 2008-03-17 3982
10123 필로칼리아 말 (言) 사막교부 2008-03-02 3982
10122 한희철 사람의 혀는 뼈가 없어도 뼈를 부신다. 한희철 2011-01-20 3981
10121 한희철 무는 개 짖지 않는다 한희철 2010-02-21 3981
10120 한희철 콩알로 귀를 막아도 천둥소리를 못 듣는다 한희철 2010-01-10 3981
» 임의진 [시골편지]왕따 당한 날 file 임의진 2009-06-07 3981
10118 이현주 삼독(三毒) 이현주 2007-09-18 3981
10117 이해인 맨드라미 이해인 2007-04-03 3981
10116 이현주 너도 잘 살고 있다 이현주 2008-04-02 3980
10115 이현주 닮은꼴(갈3:26) 이현주 2010-09-19 3979
10114 이해인 삼월의 바람 속에 이해인 2007-04-03 3979
10113 이해인 바람이여 이해인 2007-03-03 3979
10112 이해인 겨울 산길에서 이해인 2007-01-13 3979
10111 한희철 꽃물 한희철 2010-01-28 3978
10110 이현주 좋은 친구 좋은 환경 이현주 2008-04-02 3978
10109 이해인 하늘의 별 이해인 2007-04-11 3978
10108 한희철 개 한 마리가 헛짖으면 동네 개가 다 따라 짖는다 한희철 2010-01-28 3977
10107 이해인 시는 이해인 2009-06-13 3977
10106 이현주 德과 工 이현주 2009-02-27 3977
10105 김남준 아내들이여 -남편에게 범사에 복종하라 김남준 2007-11-23 3977
10104 필로칼리아 하늘의 사람 사막교부 2007-10-19 3977
10103 한희철 2291 남아있는 희망 한희철 2006-12-12 3976
10102 이현주 십자가를 지는 심정으로 이현주 2008-09-23 3975
10101 이현주 고침 받은 문둥병자-그대들 의젓하고 잘생긴 사람들아 이현주 2007-10-03 3975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