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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언덕길에서

이해인 이해인............... 조회 수 2213 추천 수 0 2009.06.13 22:4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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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2-979 

 

일상의 언덕길에서

 

1.
잔잔한 일상의 삶들이 모여서 한 사람의 일생이 된다. 내게 있어 일상의 소임과 기도, 사람들과의 만남, 기쁨, 슬픔, 좌절의 체험 등은 모두 소중하다. 늘 같은 얼굴이어도 반가운 일상의 언덕길에서의 수도원 자매들과의 인연을 새롭게 감사하며 오늘을 산다. 

2.
며칠 전엔 파 모종을 했는데 우리가 비스듬히 눕혀놓은 파들이 비를 맞고 똑바로 일어서 있는 모습이 신기하다. 오늘 저녁엔 여럿이 둘러앉아 토란 줄기를 많이 다듬었다. 요즘은 호박잎, 머위 잎, 옥수수가 자주 식탁에 나와 반갑다. 밭 냄새, 흙 냄새가 나는 식탁에서는 마음도 더 푸르고 우리의 이야기도 더 소박해진다.

3.
우리 장독대의 100개도 넘는 항아리들이 비에 씻겨 더욱 윤이 나고 깨끗하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연도에 따라 된장, 간장, 고추장, 젓갈류 등의 각기 다른 이름표를 달고 있는 크고 작은 항아리들. 우리는 매일 그 안에 들어있는 기다림의 시간들을 음식에 녹여서 먹는 것일테지. 딸들이 수녀원에 오는 것을 반대하던 엄마들의 경직된 얼굴에도 빙긋이 웃음꽃을 피우게 하는 장소가 곧 장독대인걸 보면, 항아리들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름다운 힘과 정을 지녔다. '항아리'라는 우리말은 또 얼마나 고운가?


4.
한 사람이 민감하게 깨어 있음으로 하여 많은 이를 유익하게 할 수 있듯이, 한 사람이 부주의하거나 깨어있지 못함으로 많은 이들을 불행하게 할 수 있음을 자주 보게 된다. 세상에서도, 수도원 안에서도 자기 임무에 충실히 깨어있기 위해서는 이기적이며 옹졸한 사심을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때로는 내가 좋아하는 것, 좋아하는 사람들도 잠시 잊고 맡은 일에만 최선을 다하는 것도 사심을 줄여가는 좋은 방법이다.

5
글벗들이 늘어갈수록 글빛 또한 늘어간다.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어떤 사람은 시와 같고, 어떤 사람은 수필 같고, 어떤 사람은 소설이나 동화, 또는 평론, 희곡 같기도 하고 - 조금씩 다른 분위기 속에서의 독특한 향기가 있다. 사람과의 만남이 각기 다른 한 권의 책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요즘은 더 자주 들고, 때로는 제대로 해독을 못해 빚어지는 갈등과 오해 앞에서 저으기 당황하기도 한다.

6
"바람불면 나무는 살랑살랑
언제나 바람만 불면 한들한들
나무는 멋있게 춤추는데
우리는 박수 한번 안 하지"
 내가 아는 인혁이란 어린이의 글을 읽은 후부터 나는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볼 때마다 마음으로나마 박수를 보내기로 했다. 한여름, 바람 한 점 없어 꼼짝 않는 나뭇잎새들을 보면 얼마나 답답했는지. 바람에 한들대는 나뭇잎처럼 나도 즐겁게 살아야 하겠다.

7
온종일 남을 위해 빛을 내고도
해온 일 적다고
조렇게 조렇게 얼굴을 붉혀요
겸손한 해님은
연변 시인 김학송님의 <저녁노을>이란 동시를 읽어본다. <백두산 폭포>라는 시집을 고국에서 내게 되었다며 퍽도 기뻐하는 시인의 때묻지 않은 모습이 순박하고 순수하다. 수녀원의 꽃과 나무들을 보고도 그는 '엄청납니다!' '대단합니다!' '감흥이 큽니다!' 등등 감탄사의 연발이었고, 바다를 보며 너무 기뻐 어쩔 줄 몰라 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핏줄 속에서 소리치는 고국에 대한 그리움과 연모의 정'을 고국의 푸른 바다에 가득히 풀어놓고 싶었으리라. 

8
주일은 정말 좋다. 엿새 동안 열심히 일한 후의 휴식과 사색이 마련될 수 있는 날. 평소에 무심히 지나쳤던 자연과 사물과 사람을 제대로 유심히 바라보며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는 여백이 있는 날.

9
간밤엔 소나무 사이로 보이는 둥근 달을 가슴에 안았고, 오늘 아침엔 바다 위로 떠오르는 둥근 해님과 오래도록 눈인사를 나누었다. 해와 달이 뜨고 지는 동안 나도 매일 뜨고 지다가 어느 날은 지상에서 작별을 고하고 영원히 사라지는 날도 오겠지? 이제 가을은 바람을 묻혀오기 시작한다. 가을이라는 단어만 들어도 가슴이 뛰는 나.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있는 그대로의 단순성의 용기로 매일을 살자. 사계절 내내 평상심(平常心)을 지녀야겠지만 가을엔 항상 마음이 출렁이고, 어디든지 설레임으로 떠다니는 흰구름이 된다.
ⓒ이해인(수녀) <꽃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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