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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고아신세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373 추천 수 0 2009.08.06 22:3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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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청청 월화수 맑고, 나들이하기 좋게 금토일 선선하고. 긴긴날 이고 지고 설움 같은 것 있다면 먼지처럼 탈탈 털어버리고 싶은, 날마다 좋은 날. 이런 날 부모님께 꽃다발 한아름 안겨 드리고, 어디 좋은 식당이라도 찾아가서 맛있는 진지 대접해 드리고 싶은데, 나는 고아신세. 다시 말하지만 오늘은 좋은 날이어서, 후회나 상심은 절대 금지! 그러나 결심만 그렇지 계속 한숨이 풀풀 새어 나오네. 왜일까? 몸살 기운 때문일까, 아니면 어버이날 즈음이라 주기처럼 고아들은 이런 상태에 빠지는 걸까.

반반 나눠 심자며 앞밭 광산댁이 주신 토란, 오늘까지 안 심으면 말라죽을 거 같아서 아픈 몸을 일으켜, 너라도 죽지마라 따독따독 달래어 심었다. 이른 봄날 심었던 감자싹은 무장무장 올라오고, 잔챙이 상추는 일찌거니 쌈 싸서 잘 먹고 있고, 부모님이 안 계셔도 이렇게 잘- 살아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해보지도 않았는데, 산목숨은 어떻게든 살아지는갑구나.

밭일 다음엔 마당 풀 뽑기. 진작부터 풀의 식민지여서 호미와 예초기로 독립운동을 좀 했더니 글쎄 몸살이 단단히 들었나 봐. 뜨거운 콧김, 팔다리는 나른, 밥맛은 뚜욱. ‘엄마’가 지어준 저녁밥이라면 기운을 차릴 텐데…. 몸에 탈이 붙으면 제일 먼저 생각나고 품으로 안기고픈 부모님이 안계시니 어리광을 피울 데가 없다. 그렇다고 세상에 신문에다가 이러고 있구나.

<임의진 목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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