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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마늘밭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505 추천 수 0 2009.08.06 22:3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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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명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길은 별도 달도 보이지 않을 만큼 빼곡한 잎사귀들. 그 굴을 빠져나오면 동네 끝집이 보이고, 나는 집에 돌아올 때마다 가슴 뭉클 설렌다. 봄비에 씻겨 유난히 맑은 부엉이 눈동자가 보름달이랑 나란히 동그랗게 뜬 밤. 달이 두 개 이상 뜬다는 외계의 행성도 이와 다를 바 없으리라.

마늘밭에 봄비가 내린 뒤로 마늘쫑은 손톱만큼 굵어졌겠지. 속으로 잘 여문 마늘 알뿌리 식구들도 서로 팔베개를 해주며 흙속에서 단잠을 자고 있겠다. 기회가 닿으면 마늘농사를 꼭 지어보고 싶은데, 얻어먹는 일도 인심을 뿌린 농사의 결과물인지라 차일피일 미루고 만다. 마늘밭에 마늘쫑이 솟아오르면 된장에 찍어먹고 싶어 군침을 흘리곤 한다. 그럼 “내 집에 거시라고 생각 허고 기냥 뜯어다가 잡수재만 그라신다요. 바깥으로 바쁘신 양반이 호맹이(호미)까지 들고 그랄 이유가 없재 시픈디….” 그러신다들. 마늘처럼 주먹을 꽈악 쥐고 이를 굳세게 앙당 물며 살아도 당최 넉넉해지지 않는 생활고. 그러나 마늘을 나누듯 마음까지 나누고 사는 이웃들이라 사랑스럽고 고마워서 누구 한사람 들어오면 쉽게 떠나고 싶지 않은 동네. 마늘밭에서 자라는 것이 비단 마늘만은 아닐 것이라는 게 내 생각이다.

<임의진 목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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