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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호박이든 수박이든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541 추천 수 0 2009.08.06 22:4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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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두렁일 디디고 달려온 바람이 쓰고 있던 모자들을 날린다. 쉬엄쉬엄 일하라는 소리다. 수심가 부르던 농부들도 허리를 펴고 땀에 전 겨드랑이를 말리며 틀니가 보이게끔 찔레꽃 만발한 미소들. 일기예보에 비가 내린다더니 점심 때 지나고부터 구름 그늘이 덮씌운다. 비로소 낮일이 편해졌구나. 세상에 일기예보가 맞는 날도 다 있어. 나무그늘 아래서 기상청 얘길 하다가 다들 폭소. 할멈 영감 뼈마디 쑤시면 바로 비소식이라 기상청을 없애는 쪽으로 가닥을 일차 잡았으나 테레비에 일기예보 해주는 큰애기가 예뻐서 그냥 두기로 또다시 가닥. 그 사이 나는 돌아와 호박구덩이를 두어 주 팠다. 밤낮 관세음보살을 중얼거리며 살아가는 계동댁, 관세음보살 말고 다른 말씀도 하실 줄 아는구나. “저 아래 가보쑈이. 수박 자시든마 몟 쪽 남았을 거신디.” 사실은 내가 놓고 온 길이었다. 혼자 사는 사람에게 수박 한통 선물은 참말 거시기 부담스럽다. 광주 사는 친구가 놀러오는 길에 수박을 들고 와서 반통은 냉장고에 모시고, 나머지 반통은 그늘 아래 쉬고 계시던 어르신들 내다 드렸다. 수박 속살처럼 빨간 얼굴로 밤낮 술에 불콰하던 용채 아재가 ! 죽고 없어 아쉽다는 소리를 먼저들 나눴다. 밤이면 수박 빗금처럼 좍좍 천공을 가로질러 내릴 비, 수박 먹고 오줌 누듯 쏴 쏴 내리는 비에 젖을 내 호박구덩이. 호박이든 수박이든 올해 농사 다들 잘 되길.

<임의진 목사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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