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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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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공사판에서 굴러온 세월을 안주로 차가운 막소주를 붓고 있었을 철근장이 곽씨, 혀 꼬부라진 소리로 애먼 나에게까지 시비질이로다. 토마토 대여섯 알, 양파 한 묶음, 싱싱한 계란도 한 판 사서 들고 나오던 차, 들어갈 땐 보지 못했는데 나올 때 보니 식품점 구석에서 혼자 술판이었구나. 지독한 주사로 마나님이 출애굽기를 썼다는 소리는 수년 전 익히 들었다. 냉이꽃처럼 예쁜 딸까지 데리고 갔다던가. 아무리 일 없이 노는 장마라도 그렇지 점심 때도 이른 시간, 그런데 벌써 콧등은 잘 익은 고추보다 훨씬 새빨갛구나.
“나이도 얼매 안묵었다등만 요샛 것들이 모다들 그렇재이. 낫까죽(낯가죽)이 어찌된 모냥대가린지 몽뎅이찜질을 해부러야 어른을 만나믄 즉각 인사를 바칠지를 알까이. 니미럴 것이 어디를 째래보고 자빠졌냐이. 쬐깐헌 거시 애비도 없능가 수염까지 지르고 말이여. 조물딱조물딱 요 손꾸락으로 싹 뽑아뿔랑께로….” 피식 웃었다가는 크게 봉변을 당할라나. 그냥 지나치려는데 가게 여주인이 곽씨를 나무라며 내겐 우산까지 펴준다. 그때 곽씨가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만 술병을 들고 벌떡 일어서는 게 아닌가. 오늘은 내가 용코로 걸린 것이다. 걸음아 나 살려라, 줄행랑!
급하게 트렁크에 넣었더니 집에 와서 보니까 달걀이 두 개나 깨져 있구나. 달걀 노른자가 손에 묻어 끈끈하다. 저마다 아프고 슬픈 사연의 곁에 사는 일이 이처럼 끈끈한가.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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