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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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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톨 형형 빛나는 밤, 시리디시린 전라도 인생들 모여설랑 “김대주웅 김대주웅…” 하면서 서럽게 우는도다. 산다랑치 농로길 따라 싸전다리 앞까지 경운기에 올라타서 열심들을 냈던 그날 대통령 선거 때도 아닌데, 저마다 가슴에 화인처럼 새겨진 한(恨) 같은 그 사람 이름을 목메어 불러들 보시는갑다. 긴긴 군사독재 강압통치의 피 묻은 망령들이 새삼 되살아나는, 거꾸로가는 시계바늘을 무기력하게 쳐다보는 요샛날. 힘없고 빽 없고 게다가 돈까지 없는 가난뱅이 농민들 낮게 엎드려서 들킬라 숨죽이며 울고들 계시는구나. 어떤 목사님은 김대중 전 대통령 국장영결식에서 ‘어두운 북한에 햇빛을 비추자’고 기도하더라만, 남 걱정하기 앞서 한해에 전직 대통령 두 분이 황망히 돌아가신 바로 여기가, 1등 승자만이 독식하는 여기가 바로 어두운 세상이 아닌가. 부디 가을 햇빛 쨍쨍 내리쬐어 이 땅 남녘에 민주주의, 통일의 기운 가득 수확하는 기쁨 있기를….
처서 지나니 이른 가을이런가. 햇감자 수확한 자리에 호박넝쿨이 밀물처럼 덮쳐들고, 밤바람은 부쩍 차가워져 ‘휴대용 에어컨’ 부채는 가동 중지 상태로 심심하다. 전에 생강나무꽃 피었던 근방으로 구월 구일 구절초 진한 향내로 피어오르면 진짜 가을을 맞는 거다. 가을 되면 당신이랑 으밀아밀 손잡고 산국 들국 따러 다니고 싶어라. 추석 즈음되면 전쟁통에 월북하여 살아계실 당숙 집안 친척들이랑 이산가족 상봉으로 얼싸안고도 싶고, 일자리 잃고 방황하다 소식조차 끊겼다는 강쟁양반집 셋째 사위 하청노동자, 변고 없이 무탈하였다는 반가운 소식도 듣고 싶어라.
<목사·시인 임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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