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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말동무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3645 추천 수 0 2009.11.28 19:5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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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그네는 드렁드렁 코골고
좁쌀 같은 별들은 밤새도록 와글다글
허공, 조용할 날 한시도 없네
 
밤낮 농기계 소리, 아지매 코고는 소리, 무슨 일인지 뾰로통 뿔따구가 난 새들은 또 얼마나 시끄러운지. 사람 안 사는 거 같던 남촌에 추수철 되면 한동안 생동감이 넘친다. “굉기망기하게도 해마다 징상스럽던 가을비가 안내래가꼬 나락더미 잘 널었당게라. 비가 왔으믄 움도 뛰도 못허고(진퇴양난) 쌩고상을 했을 거신디 말이여라. 날씨가 아조 한몫을 톡톡히 해부렀당게요이. 술망텡이(주정뱅이) 우리 아자씨도 어뜻허믄(걸핏하면) 입서리에 술 적시셨을틴디 날씨가 좋응게로 공날 하루도 없이 성실허게 나락가실 잘 해주셨고라. 괴깃댕이라도 사가꼬 대접을 잘 해야 안 쓰겄소잉.” 장날 버스를 기다리며 말동무들 저마다 한소리씩. “갱아지가 꼭 옷도독놈의 까시(도깨비바늘)같당게라. 저라고 내가 좋응가 장바닥까지 붙어서 따라갈락 안허요.” 큰길까지 따라나온 강아지를 쫓으며 버스를 타신다. 방귀를 뀌고 내달리는 버스를 향해 강아지가 커겅컹 짖는다. 말동무들이 자리를 비운 버스정거장. 앉아보니 온기가 아직 남아 따뜻하구나. 여기서 강아지랑 둘이 아지매들, 말동무들을 기다려볼까나. 눕다보면 드렁드렁 코골면서 잠들지도 몰라라. 강아지 벌써 앞발을 베고 누워 단단히 기다릴 채비렷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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