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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의 심부름

이현주 이현주............... 조회 수 3636 추천 수 0 2010.01.17 22:0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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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왕의 심부름

강에는 물고기만 사는 게 아닙니다. 강에는 용왕님이 사십니다. 이른바 서구 문명이라는 괴물이 이 나라를 삼키기 전에는 사람들이 나름대로 용왕님을 잘 모시고 살았습니다. 물길을 함부로 막거나 끊거나 그런 '배우지 못한 놈의 짓'을 하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치산치수라는 말을 쓰기는 했지만, 어디까지나 물의 흐름을 막지 않는 바탕 위에서 둑을 쌓거나 보를 먹기도 하고 그랬습니다. 물 자체를 인간의 욕심을 채우기 위한 '자원'으로만 보고 함부로 물길을 막았다가 틀었다가 아예 물의 숨통을 끊어버리기까지 하는 막된 짓을 하지 않았습니다.
용왕님은 아직 죽지 않으셨습니다. 우리가 하도 물의 은혜를 모르고서 함부로 날뛰며 물을 업신여기고 물에 대하여 깡패처럼 구니까, 드디어 늙은 몸을 일으켜 비상수단으로 이 나라의 대통령과 그 부하들을 심부름꾼으로 보내 한반도 대운하를 파겠다고 하십니다. "이래도 정신을 못 차리겠느냐? 이래도 너희가 내 은혜를 망각하고 물을 함부로 쓰고 버리겠느냐?" 이제라도 우리가 물의 은혜를 깨닫고 용왕님께 저지른 온갖 무례를 사죄하고 정신을 차린다면, 용왕님의 심부름꾼들은 적당한 수고비를 받고 물러날 것입니다.
우리는 용왕님의 심부름꾼에 지나지 않은 그들을 미워하거나 적대해서는 안 됩니다. 오히려 그들이 아니었으면 우리는 여전히 용왕님께 무례를 범하고 물의 은혜를 망각하며 죽음의 길을 내달리고 있을 테니까요.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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