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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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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낙지, 꼬막, 굴, 홍어삼합, 매생이국’을 사랑한다. 이게 눈 앞에 펼쳐지면 내가 사랑하는 여자보다도 더 사랑하는 것을 감출 수가 없다. 한마디로 표정 관리가 안된달까. 굶다 횡재한 거지대장처럼 게걸스럽고 우악스럽게 젓가락질을 해대더라도 이해 바란다. “지가(제가) 요맛에 산당께라!” 사랑고백은 거의 신앙고백 차원이다.
“엄니가 안계싱게로 김장도 못하실 터고, 사묵는 거슨 정성은 고사하고 맛다가리부터 없는디 말이여라.” 멀리 시집간 큰누님같이 골골 풀죽은 홀아비 신세를 염려해주시는 국씨 아짐한테 김장김치 한보따리 날름 얻어먹었다. 준다고 할 때 얼른 받아 먹어야지, 사양했다간 두고두고 후회하지. 요래 맛난 김치를 어디서 누구한테 맛볼 거나. 전라도에선 김장에다 젓갈을 비롯해 굴을 잔뜩 넣는데, 내겐 한 바가지나 부었을까? 그러니까 김치라기보다는 굴치 수준. 빵과 고기의 나라를 떠돌다 돌아온 뒤끝이라 미친 듯 김치를 손으로 북북 찢어 먹고, 김치 안속 굴을 솔솔 빼먹으면서 황홀무아지경. 남녘 땅에 태어나게 해주신 것 감사해서 하늘에 대고 윙크 한 방 날려 드리고 말이다.
서울 들러 내려오는 길, 불알친구랑 벌교 꼬막에다 홍어까지 놓고 파는 점방에서 막걸리 한 잔 걸쳤었다. 광주 들러선 강진 장흥의 자랑인 매생이국과 영암 포구 세발낙지까지 얻어먹었다. 세상 부러울 게 하나 없더라. 우리 세대가 저물고 나면 어떤 글쟁이 신문에다 대고 “나는 햄버거, 치즈, 치킨, 피자, 스파게티를 사랑한다.” 버젓이 쓰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 날벼락 같을 그날에 앞서 겨레의 자존심으로다가 내가 먼저 이 글을 신문에 저장해둔다. 국적은 바뀔 수 있어도 입맛은 바뀌지 않는다는데, 요새 아이들은 입맛부터 바뀐다니 큰 근심이요, 걱정거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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