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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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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발총처럼 따르릉 울리던 깜장 전화기가 차라리 그립다. 사투리를 쓰던 교환원의 살가운 목소리도 듣고 싶고. 그나마 인간적이던 아날로그 풍경들은 이제 사라지고 없어라. 세상은 초스피드로 바뀌어 깜짝 놀랄 만큼의 휴대폰, 인터넷 딴세상이 되었다. 마을에 전화기 한두 대가 고작이던 시절이 있었다. 나 어려서 마을회관과 교회 목사관에 전화가 처음 개통되었는데, 아버지 목사님은 깡촌의 전화교환원이나 진배없이 수고를 하셔야 했다. 마을 분들에게 타지에 사는 친척들의 급한 부고 같은 내용을 전하고자 어두컴컴한 밤마실을 간혹 다니셔야 했다. 간이 콩알만한 막내아들의 담력을 키워줄 겸 한밤중이라도 꼭 나를 붙들고 다니셨는데, 꼭 산등성이 공동묘지까지 점찍고 오셨다. 첨엔 친구네 집에 가서 우리 집은 전화기가 있다고 으스대고 싶은 마음에 좋다구나 따라나섰다가 공동묘지 바람에 무서워 죽을 뻔 보았다.
이젠 집집마다 전화 한 대씩은 기본이고, 아예 한 사람에 한 대씩 휴대폰이 생겼다. 어떤 할머니는 문자도 고딩보다 잘 찍으신다. 밭에서 일하시다 휴대폰을 받고 “아범아! 잘 터징게 큰 목소리로 말하지 말그라. 아즉 귀 안먹었응게로.” 정작 큰아들 고막이 찢어질 만큼 기운찬 목소리. 연초마다 나오는 마을 전화번호부책엔 휴대폰 번호가 대세다. 마을 회의도 방송 말고 문자로까지 알려주는 시대다. 휴대폰이 평정한 세상엔 엽서와 편지가 점차 사라져 간다. 집배원 아저씨가 놓고 가는 연말 우편물은 죄다 고지서 따위다. 당신의 연하장 손글씨를 본 적이 얼마나 되었던고. 오늘은 지난 한 해 보살펴주신 고마운 분들께 연하장 엽서를 써보자. 오랜만에 사각사각 몽당연필도 깎아설랑. 네루다의 우편배달부가 우리들 사랑 노래를 배달해 줄 것이다. 손글씨로 정성스럽게 담은 마음은 마치 구름 사이로 달이 뜨는 것처럼 휘영차고도 그윽하여라.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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