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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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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겨울방학을 해서 벌건 대낮에도 보인다. 아이들이 수업시간에 꾸벅꾸벅 조는 까닭은 꿈을 갖기 위해서라던가. 방학이니만큼 집에서 마음 편히 늦잠도 자고, 엄마가 삶아준 고구마도 먹고 그러려무나. 방학 기간에 키가 한 뼘은 더 크고 볼도 통통 살이 붙기를. 만날 서있기 지겨워서 몸을 비튼 나무들 사이로 아이들이 눈꽃가지를 흔들며 썰매를 탄다.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 핑그르르 눈물이 돈다. 사람이 귀한, 그늘진 변두리에 아직도 몇몇 남은 아이들 이름이 있다. 그대는 걔네들 이름을 하나라도 알고 계시나. 그 아이들 가운데 예수가 있는데.
며칠 전 바닷가에 사는 감리교 목사 친구에게 놀러갔었다. 마침 성탄절 코앞의 대림절이라 내가 설교를 맡았다. 까무잡잡한 아이들이 어른들 사이에 끼여 성탄 찬송을 수줍게 부르고 있더라. 내년쯤 수천억원을 들여 짓는다는 강남 땅의 모모한 교회당이 다 무슨 소용이냐. 빈 들판의 양치기와 목동들이 해맑고도 경건하게 부르는 첫 번 성탄절의 찬송이 아니라면, 하늘도 귀를 씻고 싶으실 게다.
사실 전도는 오히려 교회 다니는 사람들에게 해야 할 형편이다. 교인들에게 진짜 예수님이 누구인지 전도해야 한다. 아기 예수가 우리 곁에 왜 찾아왔는지 목사님 장로님 집사님에게 가르쳐 드려야 한다. 호사스러운 예루살렘성의 느끼하게 예복을 차려입은 성직자들과 먹고 살 만한 사람들 끼리끼리 모여 ‘보수적이고 애국적으로’ 예배하는 처소에도 오늘 성탄 찬송은 울려 퍼질 것이다. 꿈나무 어린이 청소년 예수님을 가혹한 입시교육과 자본주의 경쟁의 생지옥에 몰아넣으면서, 배고픈 저소득층 예수의 급식을 빼앗으면서, 이 추운 엄동설한에 성가족 예수네 집과 점포를 강제 철거하고 길바닥에 나앉게 하면서, 물수제비를 뜨고 놀던 예수에게 강을 송두리째 빼앗으면서, 그러면서….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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