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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저물녘의 막차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112 추천 수 0 2010.01.21 14:2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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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둑길 황톳길은 이랴 자랴 소금 땀에 전 농부와 황소의 차지였다. 이제는 농기계들의 차지가 되고 말았으나 한때는 소가 저 길에서 똥을 누고 풀을 뜯고 빼닮은 송아지들을 길러냈다. 제 뿌리조차 부정하고 폭정을 일삼던 군인들의 농정은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고, 일 없는 겨울이 길어지자 노름꾼들이 소를 판 목돈으로 착한 마누라 속을 벅벅 긁어댔다. 농기계가 소를 대신하면서부터 워낭소리는 잦아들고 쇠죽 쑤던 사랑방 아랫목도 차갑게 식어갔다. 아예 자물쇠를 채워 걸고 대처로 집을 얻어 살길을 찾아가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한 가족이 떠나자 두 가족이 뒤따랐고, 셋이 사라지자 넷은 야반도주로 밤보따리를 쌌다. 남은 자들은 도망간 일가친척과 동무들의 빚까지 짊어지고서 한숨과 몰숨을 번갈아 뿜어대며 험한 세월을 견뎌왔다.

삽자루는 해마다 녹슬고 대문간 입춘대길도 새로 갈지 않아서 너덜너덜 해졌구나. 신작로에 푸지게 눈이 내려도 밟고 지나가는 발자국은 드물어라. 쇠발굽은 고사하고 살짜꿍 굴뚝새의 발자국만 보아도 함씬 반갑다.

청대가 수런거리자 곧바로 눈보라가 밀려들었다. 전기장판으로 견디는 집이 많아서 굴뚝연기는 다섯 손가락 안에 족히 잡힌다. 목줄이 저절로 풀린 사나운 개가 주인 모르는 틈을 타 한 바퀴 눈벌판을 시원하게 질주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일이 없는 따분한 겨울나기. 그래서 더욱 반가운 걸까. 눈길을 달려온 고마운 우편배달부와 자녀들을 싣고 오는 저물녘의 막차. 고마울 것이 너무 많은 대처에선 이런 보잘것없는, 작은 고마움을 정녕 모르고 살 것이다. 누군가 매일 방문하여 안부를 묻고, 못난 부모와 못난 자식이 부둥켜안고 살아가는 이 고마움.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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