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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전쟁과 평화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239 추천 수 0 2010.05.28 20:5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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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얀 머리를 풀어내린 할미꽃,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꿈도 아닌 생시에서 이렇게 백발 할머니를 뵈는구나. 나는 혈육의 뿌리 할머니와 할아버지를 뵌 적이 없다. 육이오 전쟁통, 교회를 개척하고 아들을 신학교에 보낸 할아버지 할머니는 교인들과 함께 인민군에게 끌려가 처형당하셨다. 교회에서는 이러한 죽음을 ‘순교’라고 부르며 높이 기린다.

예수 때문에 몰살(?)한 집안인데 놀랍게도 목사들이 생겨났다. 아버지가 그랬고, 3대째인 나도 뒤따라 목사가 되었으니까. 죽음을 두려워 않고 신앙을 지킨 할아버지 할머니 그리고 13명 우리 가족들이 순교한 교회에선 해마다 추도예배를 연다. 광주의 어머니 교회인 양림교회의 외삼촌 목사님을 기리는 순교자탑도 전쟁이나 복수가 아닌 평화와 용서의 기도다. 아버지도 나도 전쟁통에 빚어진 과거사보다는 화해와 협력, 그리고 통일만이 진정한 용서이고 신앙, 양심임을 굳게 믿었다. 순교자의 자녀로서 그것이야말로 그분들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않는 유일한 길이며 예수님의 가르침이라고 다짐했다.

전쟁, 갈등, 대결, 밑도 끝도 없는 복수 운운하는 자들이 있다. 어리석고 악한 마음을 가진 자들이다. 만약 전쟁이 나면 이 땅을 제일 먼저 탈출할 인간들이 보통 그런 소리들을 해댄다. 만날 좌파다 빨갱이다 안보관이 없다 어쩐다 민주주의와 평화 진영을 깔보는 일부 정치세력과 퇴역 군인들, 철딱서니 없는 언론은 나처럼 할아버지 할머니 어린 삼촌과 고모들을 전쟁으로 잃어본 자들인가 무척 궁금하다. 할미꽃이 진 날, 마당에 앉노라니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구나. 전쟁은 사랑의 전쟁, 부부싸움 같은 거 말고는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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