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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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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지붕 기와지붕 할 것 없이 낮때는 재글재글 끓고, 서늘바람 부는 저녁으스름만 기다리는 처지다. 하는 일도 없는데 배는 왜 금방 고파지는지. 군것질거리로 심은 방울토마토가 요마마하던 게 어느새 엄지만큼 굵고 실하게 자랐다. 한바가지 따러 밭에 들어갔는데 토마토 넝쿨에서 나는 특유의 알싸한 향기가 후욱- 코를 덮쳤다. 옹달우물 퍼마시듯 깡똥한 바짓가랑이 아래를 모기가 마주잡고 빨아대는데도 정신을 놓을 만큼 강한 향기였다. 모기에게 간신히 빼앗은 방울토마토 몇 알, 개다리소반에 올려놓고 하나 둘 톡톡 깨물자니 향기가 내 몸속 깊숙이 스며드는 느낌이랄까. 세상의 어떤 향수도 이처럼 강렬하거나 순수하지 못할 것이다. 마지막 남은 한 개 방울토마토를 위하여 팥빙수를 만들 생각을 했다.
얼음을 꺼내 분쇄기에 갈고 팥을 또 한줌 삶아서 갈았다. 방울토마토를 맨 꼭대기에 얹으니 팥빙수 완성. 요전 날 어떤 친구가 요즘 제일 먹고 싶은 게 뭐냐고 묻는데 팥빙수라고 대답했었다. 인파들 흘러가는 길목 어귀의 카페에 앉아 친구랑 왕 수다를 떨면서 팥빙수 한 그릇 먹고 싶었다. 하지만 으슥한 산촌에 틀어박혀 심심소일하면서 만들어먹는 이런 팥빙수도 그럭저럭 먹을 만하다. 그리고도 뜨내기장사하는 카페에서 무공해 방울토마토를 얹어주지도 않을 테고 말이다.
여름은 이러다 저러다 지나갈 것이고 팥빙수의 계절도 얼마 남지 않았으렷다. 그러니 서둘러야겠다. 다음번에 대처에 나가면 팥빙수를 가운데 놓고 친구들이랑 여름의 맛과 향, 인생의 맛과 향을 절절이 나누어야겠다. 그대도 서둘러 보심이…. ⓒ 임의진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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