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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옥수수별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1756 추천 수 0 2010.11.25 15: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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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지구별은 누가 뭐래도 옥수수별이다. 옥수수를 따서 광주리에 담고 걸어오시는 저 오진 걸음걸음들. 온 식구가 옥수수 한소쿠리 삶아 가운데 놓고 둥그렇게 모여 앉으면 지구는 그 순간 어떤 별나라보다 노랗고 푸른빛을 뿜어낸단다. 이슬람의 지혜자 수피나 이맘, 인도와 히말라야 산기슭에 은둔한 승려들, 멀리 그랜드 캐니언의 인디언 추장님이나 그리스 정교회 신부님들처럼 옥수수는 희고 긴 수염을 멋들어지게 나풀거린다. 나도 아직은 젊은 오빤데 흰 수염이 제법 생겨나설랑 옥수수를 닮아가고 있는 중이렷다.

 읍 동네에 있는 하버드 외국어학원에서 영어를 공부했고, 옛날 깐날엔 서울대 뒷산 달동네 교회에 찾아가 가끔 설교도 했고, 커피에 연세대 우유를 계절학기로 한번씩 넣어 마시는 것 말고는 학벌도 뭣도 별 볼 일이 없는 촌뜨기다. 그런 내가, 이제 와서 옥수수를 사랑하고 옥수수를 닮아가고 있음은 얼마나 놀라운 발전이며 이른바 ‘업그레이드’ 아닐손가. 나는 고작 겉멋이나 들었다면 그대는 마음조차 옥수수를 닮았어라. 한없이 정이 많고 후덕하며 한뼘은 높은 덕망으로 살아가는 멋쟁이니 만큼.

 “아랫시욤이 참말로 닮았소야. 옥수수 시욤물이 몸에 좋다든마 그 시욤도 한번 삶아 자새보쇼야. 만뱅통치가 따로 없겄소.” 옥수수 벗기는 구경을 하다가 얻어들은 농. 인정 많은 할매들한테 옥수수 다섯 알을 얻어와 삶았는데, 내 수염은 나중에 죽어서 지구별 생명들에게 드리기로 하고, 행여 빠트리지 않고 청결하게 삶았지. 여름이 다가기 전에 옥수수를 쪄먹자. 혼자 차지해 먹지 말고 남과 북, 동과 서 말뿐이 아니라 공정하고도 평화롭게 나누어서 먹자. 수해로 옥수수도 못 먹을 처지의 북녘 아이들 생각에 흐르는 눈물을 닦으면서.
ⓒ 임의진 목사.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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