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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땔감 구하기 전쟁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931 추천 수 0 2011.03.16 19:57: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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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라비틀어지고 짜부라진 북어가 뎅그러니 걸려있는 집, 월산면에 유일하다는 다방. 산에서 간벌하고 남은 땔감 목재를 내리는 일도 겸업하고 있다는 다방 사장님을 찾아간 길이었다. 그러나 하필 외출하고 안계시더라. 나는 난로에 땔 참나무 화목을 빨리 구해야 기나긴 겨울을 나는데, 물어물어 찾아간 길이었는데, 이젠 또 어디로 발길을 돌려야 하나. 껌을 짝짝 씹고 있던 언니가 커피나 한잔 마시고 가란다. 공짜는 아니겠지.

살기 좋은 농촌은 어떤 나라 이야기일까. 대북 적대시 정책으로 쌀 지원이 끊기고 쌀을 소비할 마땅한 구석이 없으니 쌀값은 또 그 모양. 게다가 도시가스와 상하수도도 없다. 기름보일러를 돌리자면 누구의 대선 사기극이 떠올라 욱하는 성질이 올라온다. 반값으로 떨어지기는커녕 반값이 더 오른 난방용 기름값을 감당할 만한 재력가는 이곳에 없다. 큰바람에 쓰러진 나무를 잘라 땔감으로 쓰곤 했는데 이젠 그도 귀해졌다. 할매들이 기름값 무섭고 전기세 아끼려고 연탄을 때거나 다시 땔감을 장만하기 시작했다. 가까운 거리의 땔감들은 그래 일부러 손을 대지 않고 양보한다. 젊은 내가 발품을 좀 팔고 고생을 사서 하면 될 일이라서….

한쪽에선 대포를 쏘아대는 전쟁이라지만, 나는 겨울나기 위해 땔감 구하는 것이 전쟁이라면 전쟁이다. 엊그제부턴 내복을 꺼내 입었다. 한파에도 실내 온도를 높이고서 반팔차림들이 많더라. 나로 인해 이 지구별이 조금이라도 아프다면 양심이 괴로워서 나는 못산다. 난방 버튼, 온수 버튼 퍽퍽 누르면 될 일을 왜 이렇게 고생을 하며 사는 건지…. 군청에 전화를 넣었다. 혹시 간벌하는 다른 분 연락처를 아느냐고. 친절히 모시겠다던 담당직원은 생콩하니 저기압이다. 장작 땔감이 없으면 당장 얼어 죽는 산촌 면민에 촌놈이랬더니 그런가.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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