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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 징글징글 징글벨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936 추천 수 0 2011.03.16 19:5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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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쳐 멘 가방보다 쬐깐해 보이는 꼬맹이들이 날쌘 걸음으로 교문 안에 골인. 두어 주 꾹 눌러 참으면 겨울방학 아닌가. 아이들 학교 가는 발걸음이 어제와 다르게 잽싼 까닭이겠다. 그 옆길로 미용실 ‘샴푸요정’엔 라디오 소리가 흥겹다. “종소리 울려라 종소리 울려, 우리 썰매 빨리 달려 종소리 울려라.” 흰눈이라도 푸지게 내리는 날이면 징글징글하게 울려퍼질 성탄 캐럴. 마수걸이 손님으로 들어온 아지매 파마를 올리기 시작한 미용실에 성탄 트리 전구알도 박자를 맞추며 깜박깜박. 사람마냥 파마머리를 한 전나무는 은빛 방울목걸이와 은실 머리핀으로 어여쁜 치장을 하였구나. 느리광이 목사님의 교회당보다 훨씬 이르고 빠른 성탄 장식이 아닌가 싶다. 미용실은 아줌마들이 독차지하고서 ‘박지성 파마’를 많이 하고, 아저씨들은 ‘무조건이야’ 이발소로 집합이다.

입들이 걸고 한눈에도 드센 기운이 팍팍 느껴지는 아줌마들과 한데서 괜히 얼굴 부딪치고 싶지 않은 거다. 길가다가 잠깐 눈길을 미용실로 맞추면 아는 얼굴의 아줌마들이 투명한 외계행성 탐사 헬멧을 눌러쓰고 앉아들 계신다. 눈에 걸렸다간 나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바구질 하실까봐 얼른 목도리에다 얼굴을 파묻는다. 거기서 또 나도 모르는 내 인생 스토리가 만들어지기도 할 것이며 사돈네 팔촌까지 박박 신원조회를 하실지도 모르는 터.

뻔하고 뻔한 이웃들, 변함없는 골목과 집들, 작년 아니라 수년 전과 비교해도 별로 달라진 게 없는 소읍에서 사는 게 징글징글할 때가 있다. ‘징그럽다, 징하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촌사람들. 그런데 하얀 눈이라도 내리는 아침이면 꼬맹이들이랑 탄성을 지르면서 발을 구르며 뛰쳐나온다. 오매 좋응그… 징글징글한 징글벨도, 징그런 얼굴들도, 그날은 다 징그럽게 좋아부러!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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