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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6 철들자 망령 난다
물고기가 맨 마지막으로 보게 되는 것이 물이라는 말은 얼마나 아찔한 말인지.
물에서 태어나 물에서 산 물고기가 맨 마지막에 이르러서야 물을 알게 되다니, 그러나 그 이상하고 낯선 일이 우리 삶이기가 얼마나 쉬운지.
어떻게 사는 건지, 지금쯤 내가 뭘 해야 하는 건지, 지금의 내 모습이나 빛깔이나 무게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알지 못해 철부지 노릇을 하다가, 이게 아니지 싶어 어느 날 번쩍 정신을 차렸는데, 정신 차린 삶을 살 시간이 남아있지 않다면 그 삶이야말로 마지막 순간에 물을 보는 물고기와 무엇이 다를까.
철드는 것과 망령 사이의 잠깐의 틈,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어영부영할 시간이 없고 우물쭈물할 겨를이 없다. 자꾸만 미뤄지는 철듦과 서둘러 찾아오는 망령 사이에서 우리가 아무리 내게 통하는 변명을 들이댄다 하여도 세월이나 삶이 우리를 용서하거나 기다려줄 리는 만무한 것이다. ⓒ한희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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