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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편지]용감무쌍 지렁이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2478 추천 수 0 2011.06.06 12:3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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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의 주인장 중엔 밀짚모자를 눌러쓰고 지평선을 물들이는 농부님네, 땅굴파기 전문가 두더지, 납작 엎드려 심심하게 놀고 먹는 굼벵이, 검은 색깔 자장면 배달부 개미 말고도 흐물흐물 말랑말랑 지렁이가 또 있다. 어두운 그림자의 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항상 눈썹을 위로 뜨고 손전등 불빛같이 작은 구멍에 얼굴을 내미는 지렁이. 봄농사 두엄을 내다보면 지렁이 일가족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이런 재미난 이야기도 하나 알고 있지. 학교를 마치고 헐레벌떡 집으로 기어온(달려온, 이라는 말은 지렁이 세상에는 없는 말이란다) 초등학생 꼬맹이. 설거지하고 계신 엄마 지렁이를 뒤에서 덥석 안고는 “아빠는 어디 가셨어요?” 물었단다. 몸을 뒤로 돌린 엄마 지렁이, 눈물 콧물 범벅인 얼굴로 이렇게 대답. “네 아빠? 방금 전에 낚시 가셨단다.” 칫, 안 웃으면 바보천치.

 

사람 사는 세상에도 지렁이 같은 사람들이 있다.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기가 막힌 공중부양술. 그런데 추락하여 땅바닥을 기는 사람도 있다. 누군들 허리 꼿꼿하게 펴고 살고 싶지 않겠는가만 지렁이처럼 낮게 엎드려 땅바닥을 기면서 추적하고 눅눅한 세월을 견뎌내는 사람들. 게다가 가끔씩 먹잇감 놀잇감이 되어 붙잡혀가기도 하고, 연두이파리 흔들리는 가로수길 따라 행복한 봄나들이를 꿈꿨건만 고된 농사일로 지쳐 근심조차 천근만근인 신세들. 그러다가 저러다가 참다못해 한번 꿈틀거리면, 지렁이 주제에 그래도 한번 꿈틀대기는 하더라며 우스워라 멸시들을 한다. 날로 코밑이 거뭇해지는 아이들이 지렁이 엄마 지렁이 아빠 밑에서 기는 법만 배우고 자랄까봐 내심 걱정스럽다. 하다못해 꿈틀대는 일조차 잊고 산다면 그건 이미 영혼까지 말라 비틀어진, 생명 없는 지렁이 아니런가. 낚시 가기 전에, 닭에게 쪼아 먹히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번 꿈틀대보자꾸나. 용감무쌍한 지렁이야!

 

임의진|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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