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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1719 <이오 비망록(二吾 備忘錄)/풍경소리>중에서
나이 일흔을 바라보는 문턱에서 돌아보면 고마운 일들이 참 많다.
떠오르는 대로, 우선 세 가지만 적어본다.
첫째, 번역서 포함하여 백 권이 넘는 책을 냈는데,
그것들 가운데 단 한 권도 베스트셀러 목록에 들지 못했다.
살면서 어쩔 수 없이 남긴 종적(?迹)의 폭이 그만큼 좁았다는 얘기다.
둘째, 사람들 죄를 들추고 캐내어 심판하는 일에 종사한 적이 없었고,
그런 일이 직업인 전문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지도 않았다.
그만큼 ‘정의로운 세상’ 만드는 일로부터 떨어져 있었다는 얘기다.
셋째, 우두머리[長] 자리에 한 번도 앉아보지 못했고,
그런 자리에 앉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따라서 어떤 자리를 두고 누구와 겨루거나 다툴 기회도 없었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렇게 고마울 데가 없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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