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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1923 <하루기도/생활성서>9
상사화(相思花)
상사화가 피었네요.
봄에 나온 잎들이 모두 시들어 땅 속으로 돌아간 뒤
잎 진 바로 그 자리에 꽃대 올리고 외롭게 피어나는 꽃입니다.
잎은 꽃을 보지 못하고, 꽃은 잎을 보지 못하고
서로를 그리워만 한다고 사람들이 상사화라 부르지요.
주님, 돌아보면 제 인생도 속절없는 상사화 같습니다.
제가 저를 보지 못한 채
한평생 저에 대한 그리움으로 살고 있으니까요.
뭐,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꽃이든 잎이든 제가 나온 뿌리로 돌아가면
모든 '너'가 '나'임을 아는 줄 모르고 알 테니까요.
지금은 그냥 이대로 그리운 저를 그리워하면서 살겠습니다.
주님, 제 눈에 달리 보이는 것들이 다른 것이 아님을 기억하고
오히려 다양한 모양들을 마음껏 즐기게 도와 주셔요.
그러라고 저를 지어 세상에 보내신 것 아닙니까?
저하고 다른 것들에 대한 터무니없는 두려움이나 경계심을 비우고
그 자리에, 제 뿌리에서 오는 반가움과 안심을 심어 주십시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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