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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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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사람이 된 별 이야기
한 아기가 태어났다. 탄일종이 울리고 새들은 축하비행이다. 세상이 암만 어두워도 늠름하게 반짝이는 별들이 있다. 사랑하는 연인들은 달콤한 입술을 나누고, 연말에 그리운 친구들은 따뜻한 말씨로 안부 편지를 나누는 때. 나도 이렇게 당신 앞으로 연하장 하나 부치련다.
내 바로 위로 형이 한 분 계셨는데, 다운증후군 장애인이었다. 형은 아버지가 부임하는 교회마다 골칫거리였다. 교회가 부흥하긴커녕 쪼그라들기 일쑤. 축복받아야 할(?) 목사가 장애인을 낳았다며 캄캄한 데서 쥐떼처럼 수군거렸다. 몇 분은 대형버스까지 구입해 마을마다 샅샅이 훑어가는 읍내 큰 교회로 떠나버렸다. 거기 목사님은 누가 봐도 있어 보이는 거만하고 도도한 풍채였고, 자녀들도 모두 우등생에 말쑥한 차림새였다.
송아지를 좋아했던 형은 만날 송아지가 있는 동네 농가들을 찾아다녔다. 들녘에 엄마소가 묶여 있으면 송아지가 곁에서 뛰놀았는데, 형은 소똥에 주저앉아 냄새나는 바지 차림으로 어두워질 때까지 쪼그리고 앉아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나는 형을 찾으러 다니는 책임자였다. 그래 온 들녘을 헤매고 다니기 바빴다. 어떤 날은 형이 송아지를 따라 주인집까지 가는 바람에 골목마다 뒤지고 다녀야 했다. 어으어으 서럽게 우는 형의 손을 꼭 붙잡고 집으로 돌아오는 미루나무 길. 너무도 멀고 슬펐던, 어찌 잊으랴.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된 형. 우리 가족 말고는 모두가 외면한 형. 가난하고 서럽고 보잘 것 없는 지깟 것들이 감히 목소리를 내? 무조건 빨갱이로 몰아 족치던 유신독재 시절. 우리 형은 존재의 기척 한번 내지르지 못한 채 가여운 생을 마치고 말았다.
나는 아직도 형을 찾아 세상을 떠도는 운명이런가. 별을 바라보며 순례의 길을 걷는 인생이렷다. 저마다 ‘사람이 된 별’ 하나쯤 간직하고 살 테지. 아기 예수님도 우리 곁에 찾아온 별이 아니겠는가. 만백성 품에 안긴 귀하고 선한 아기별 예수! 안녕들 하시는지 묻는 가난하고 서러운 목소리는 아기 예수님의 울음소리렷다. 부디 이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기를.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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