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구례 청년, 봄산에서 우리 만나야죠!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20 추천 수 0 2014.05.14 20:11:41
.........
[임의진의 시골편지]구례 청년, 봄산에서 우리 만나야죠!

봄이면 두릅 순을 따고 진달래를 꺾으며 다니던 뒷산. 찬 서리에 텅 비어 꿩이나 토끼가 인기척에 놀라 후다닥 도망치는 소리뿐이구나. 북풍한설이 잠깐 물러나고 훤해진 산길과 들길. 보통 연초가 되면 며칠이라도 등산객들로 이 길이 북적거리곤 하였다. 마음조차 모두 얼어 버렸는지 썰렁한 새해벽두. 죄다들 지리산 노고단으로 가버린 걸까? 구례로 어디로… 덕분에 고즈넉한 산보를 다녀와 곱은 손을 난롯불에 녹이니 이제야 좀 살 것 같아라.

할머니들은 봉쇄수도원 수녀님들 맹키롬(-처럼) 코빼기도 안 비치고 모두 숨어 지내네. 낮부터 테레비가 유일한 낙이요 외로움을 달래주는 동반자, 그런데 그 소리도 조용하다. “당최 보고 싶지가 않아부러. 즈그들만 좋다고 웃고 그라재 먼 내용인지도 통 몰르겄고….”


1월 해오름달, 새해 아침 당신은 어찌 지내시는지. 다만 너무 고독하지 않기를 바란다. 폴란드 시인 아담 자가예프스키는 “타인의 아름다움에서만, 타인의 음악에서만, 타인의 시에서만, 타인만이 우리를 구원한다”고 노래했다. 이웃동네 구례 청년이 연초에 잠든 우리를 깨우며 타인의 구원을 증거하고 있구나. 마지막 시처럼 우리 안에 가득한 공포와 결핍을 부디 가져가주길….


택시 운전과 편의점 알바를 하면서 취직 시험을 준비해온 구례 청년. 대위 계급장이 빛나는 진짜 애국 청년, 가난을 이겨가며 성실하게 살아온 그는 왜 자기 몸에다 무서운 불을 댕겼을까. 치졸한 지역차별, 마비된 신문 방송, 국민의 입에 재갈을 물리는 공안 통치, 행복은커녕 안녕도 하지 못한 대다수 노동자들과 청년학생들. 친일매국노들이 쓴 교과서에다 댕겨야 했을 불을 자신의 몸에다 지른 구례 청년의 소식으로 새해 첫날은 아픈 출발이었다.

오늘 벗들이랑 만나 YMCA 빈소에 들러 국화꽃으로 애도하기로 해놓고선 예전 고문당한 뒤 저수지에 시신으로 버려졌던 조선대생 이철규 열사, 전남대 교정 시멘트 바닥에 꽃잎으로 떨어졌던 박승희 열사, 그 이름들이 떠올라 주먹손을 부르르 떨었다. 구례 청년, 두릅 따고 참꽃 따던 지리산에서 한 번은 스쳤을지도 모르는 그 청년… 봄산에서 우리 만나야죠!

<임의진 목사·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8480 이현주 넘어지고 일어서고 이현주 2014-05-27 638
8479 이현주 주님의 속삭임 이현주 2014-05-27 495
8478 이현주 미련없이 툭 이현주 2014-05-27 423
8477 이현주 길을 잃으면 이현주 2014-05-27 514
8476 이현주 빛과 어둠 이현주 2014-05-27 488
8475 이현주 거울 이현주 2014-05-27 489
8474 이현주 주님께 닿을 수만 있다면 이현주 2014-05-17 833
8473 이현주 어머니 품에 안기려고 이현주 2014-05-17 660
8472 이현주 바랄 것 없어요. 이현주 2014-05-17 615
8471 이현주 거꾸로 걷는 인생 이현주 2014-05-17 769
8470 이현주 주님의 기운 이현주 2014-05-17 544
8469 이현주 영에서 영으로 이현주 2014-05-17 626
8468 이현주 다리 이현주 2014-05-17 522
8467 임의진 [시골편지]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임의진 2014-05-14 565
» 임의진 [시골편지] 구례 청년, 봄산에서 우리 만나야죠! 임의진 2014-05-14 420
8465 임의진 [시골편지] 달빛에 북받치는 하울링 임의진 2014-05-14 454
8464 임의진 [시골편지] 새들의 염불, 새들의 찬송 임의진 2014-05-14 411
8463 임의진 [시골편지] 팔짱을 낀 달과 별과 골목과 사랑 임의진 2014-05-14 417
8462 임의진 [시골편지] 칠레로 가는 국경버스 임의진 2014-05-14 416
8461 임의진 [시골편지] 하얀 까마귀, 하얀 검둥개 임의진 2014-05-14 456
8460 임의진 [시골편지] 생강 입술 임의진 2014-05-14 478
8459 임의진 [시골편지] 금메달 토끼 이빨 임의진 2014-05-14 594
8458 임의진 [시골편지] 선물 보따리 임의진 2014-05-14 545
8457 임의진 [시골편지] 힐 더 월드, 자유의 춤 임의진 2014-05-14 828
8456 임의진 [시골편지] 노인과 바다 임의진 2014-05-14 612
8455 임의진 [시골편지] 탱고, 무계획, 노랑나비 임의진 2014-05-14 579
8454 임의진 [시골편지] 솔솔 춘곤증 임의진 2014-05-14 464
8453 임의진 [시골편지] 빗물 새는 집 임의진 2014-05-14 649
8452 임의진 [시골편지] 사운드 오브 사일런스 임의진 2014-05-14 1789
8451 임의진 [시골편지] 동방예의지국 임의진 2014-05-14 591
8450 임의진 [시골편지] ‘나무애미타불’ 임의진 2014-05-14 603
8449 이현주 내 곁의 형제 자매 이현주 2014-05-12 676
8448 이현주 갈 때도 알몸으로 이현주 2014-05-12 624
8447 이현주 새로운 생명으로 이현주 2014-05-12 513
8446 이현주 영혼의 대화 이현주 2014-05-07 641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