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시골편지] 새들의 염불, 새들의 찬송

임의진 임의진............... 조회 수 411 추천 수 0 2014.05.14 20:11:41
.........

[임의진의 시골편지]새들의 염불, 새들의 찬송

하늘과 땅 사이엔 무엇이 있을까. ‘~과’가 있다는 대답은 유머 일번지 정답이겠고, 새가 있다는 답은 시인의 대답일 것이다. 나는 시인의 답을 정치인이나 학자의 답보다 신뢰하는 편이다. 팔은 안으로 굽는 법이니까 흠. 오늘 아침도 나는 새들의 염불, 새들의 찬송 소리에 눈을 떴다. 깊은 산중이라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살고 있다. 마을까지 내려온 건 배고픔 때문이리라. 마당의 돌들 위에 묵은 쌀들을 던져둔다. 나 혼자 배부르게 잘살면 무슨 재민가.

새란 말은 사이라는 말에서 비롯되었을지도 모르겠다. 하늘과 땅 사이를 메우는 존재. 하늘과 땅을 잇는 존재. 우리는 언제부턴가 새와 마음을 나누며 살지 못하는 거 같다. 그래서 하늘의 음성, 하늘의 심성과 멀어진 건지도…. 산촌에 눈이 내리면 가장 반가운 발자국은 바로 새 발자국이다. 오종종 새겨진 앙증맞은 새의 발자국. 아직 풀지 못한 추위보따리가 남아 있을 텐데, 눈 소식이 드물다보니 새 발자국도 자주 못 봐 아쉬운 마음이다.


르네상스 거장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시장 모퉁이에서 바구니에 갇혀 판매되는 새들을 보면 당장 사들여 공중에 날려주곤 했다 한다. 새처럼 날고 싶어 아예 인류 최초로 행글라이더를 제작, 고지대에서 뛰어내릴 계획까지 잡았는데, 제자였던 조로 아스토로가 미완성품으로 도전하다 그만 추락사하고 말았다. 슬픔에 젖은 다빈치는 제자가 새의 영혼이나 된 것인 양 시시때때로 창문을 열어 새들에게 모이를 던져주곤 했단다.

지난 칠팔십년대 군부독재와 싸우다 감옥에 갇힌 양심수들을 우리는 기억한다. 이후 권력이 자본으로 옮겨지면서 많은 노동자들이 징벌방에 갇히고 있다. 새가 그만 철창에 갇히는 것과 마찬가지렷다. 과격한 건 그들 노동자가 아니라 탐욕에 찬 자본가들이며 주구가 되어버린 권력이 아닌가. 새장과 감옥, 죄인 말고 의인을 가두기도 하는 감옥…. 늙어 방에 갇힌 할매들이 사는 이곳도 감옥이나 진배없다. 이 옥살이는 자기가 밥까지 해먹어야 하고, 보일러도 켜야 한다. 영혼이 되어 하늘을 훨훨 날 때까지 노구는 겨우내 서럽고 고달프다. 하늘과 땅 사이에 승냥이보다 새가, 구속이 아닌 석방의 소식이 더 많길 기도하는 아침이다.

<임의진 목사·시인>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sort 조회 수
8490 이현주 사랑이라는 이름 말고는 이현주 2014-06-10 471
8489 이현주 사랑 아니면 이현주 2014-06-10 483
8488 이현주 묘목 이현주 2014-06-10 447
8487 이현주 착각 이현주 2014-06-10 447
8486 이현주 허물 벗을 때까지 이현주 2014-06-08 571
8485 이현주 아직 살아 있다 이현주 2014-06-08 461
8484 이현주 어둠, 생명의 원천 이현주 2014-06-08 473
8483 홍승표 [진은영] 훔쳐가는 노래 정끝별 2014-05-27 1055
8482 홍승표 [서정주] 싸락눈 내리어 눈썹 때리니 정끝별 2014-05-27 866
8481 이현주 이별 이현주 2014-05-27 521
8480 이현주 넘어지고 일어서고 이현주 2014-05-27 638
8479 이현주 주님의 속삭임 이현주 2014-05-27 495
8478 이현주 미련없이 툭 이현주 2014-05-27 423
8477 이현주 길을 잃으면 이현주 2014-05-27 514
8476 이현주 빛과 어둠 이현주 2014-05-27 488
8475 이현주 거울 이현주 2014-05-27 489
8474 이현주 주님께 닿을 수만 있다면 이현주 2014-05-17 833
8473 이현주 어머니 품에 안기려고 이현주 2014-05-17 660
8472 이현주 바랄 것 없어요. 이현주 2014-05-17 615
8471 이현주 거꾸로 걷는 인생 이현주 2014-05-17 769
8470 이현주 주님의 기운 이현주 2014-05-17 544
8469 이현주 영에서 영으로 이현주 2014-05-17 626
8468 이현주 다리 이현주 2014-05-17 522
8467 임의진 [시골편지] 기차는 8시에 떠나가네 임의진 2014-05-14 565
8466 임의진 [시골편지] 구례 청년, 봄산에서 우리 만나야죠! 임의진 2014-05-14 420
8465 임의진 [시골편지] 달빛에 북받치는 하울링 임의진 2014-05-14 454
» 임의진 [시골편지] 새들의 염불, 새들의 찬송 임의진 2014-05-14 411
8463 임의진 [시골편지] 팔짱을 낀 달과 별과 골목과 사랑 임의진 2014-05-14 417
8462 임의진 [시골편지] 칠레로 가는 국경버스 임의진 2014-05-14 416
8461 임의진 [시골편지] 하얀 까마귀, 하얀 검둥개 임의진 2014-05-14 456
8460 임의진 [시골편지] 생강 입술 임의진 2014-05-14 478
8459 임의진 [시골편지] 금메달 토끼 이빨 임의진 2014-05-14 594
8458 임의진 [시골편지] 선물 보따리 임의진 2014-05-14 545
8457 임의진 [시골편지] 힐 더 월드, 자유의 춤 임의진 2014-05-14 828
8456 임의진 [시골편지] 노인과 바다 임의진 2014-05-14 612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