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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의진의 시골편지]탱고, 무계획, 노랑나비
나비를 볼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축복인 봄날이다. 내가 너무 ‘트리비얼’하다고 꼬집진 마시길. 나비 멸종을 위해 시작한 듯한 4대강 개발 사업에 이어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또 무엇을 살리고 누구를 아프게 할 것인가. 용산참사가 자꾸 맘에 어룽거린다.
봄나비 노랑나비, 유채꽃 노란 바다를 건너 탱고를 추며 날아와 마당을 서성인다. 가르델의 노래인지 피아졸라의 연주인지 바람소리도 정열을 다해 불어온다. 구근식물로 지난가을 묻어둔 히아신스가 바람에 휘청거리며 진한 향내를 뿜어대면 꽃밭은 순간 밀롱가로 변한다. 탱고란 만진다는 뜻의 탁툼(Tactum)에서 비롯된 말. 꽃과 나무와 별과 강물과 안개, 벌레들의 반도네온 숨소리들…. 나비는 오동나무집 할매의 빨래에 앉았다가도 간다. 손등을 만지는 건 춤이고, 콧김을 나누는 것은 사랑. 나비는 피로에 지친 개미들을 뒤로하고, 보급소 소장의 자전거를 역전해 꽃밭에서 사라진다.
물을 입에 머금고 한참 우물거리듯 나는 이 봄날을 쉽게 삼켜버리고 싶지 않다. 운동장 조회시간 교장선생님의 기나긴 훈시는 전혀 기억에 남지 않는다. 무성한 계획과 훈시들은 그저 폭력을 깡패처럼 동원한다. 오직 저기 저 노랑나비의 춤과 사랑이 의미가 있음은 말이 아닌 몸으로 뜨겁게 살아가고, 다가서고 있음이렷다.
팬티와 브래지어를 잘 개어둔 서랍을 여는 일과 다소곳 깎은 사과를 베어 무는 것으로 시작한 아침이라면 오늘도 변함없이 무난한 세월일 것이다. 하지만 나비만은 제 마음대로 가고 싶은 곳을 가고, 살고 싶은 대로 산다. 그렇다고 나비가 촐랑거리며 나대는 ‘까불이’가 아니다. 땅위에 멈췄을 때 그는 이리 저리도 보고 행자인 새와 달리 오로지 가부좌를 틀며 명상에 빠져든다. 나비에게 춤과 명상은 일상이요, 생활인 게다. 그러다가 짝과 같이 날아갈 때 나비는 힘차게 탱고를 춘다.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도 저런 극적인 탱고를 구경할 수 없다. 나비는 계획없이도 충만한 생을 잘 살다간다.
<임의진 목사·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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