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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1996<하루기도/생활성서>82
길을 잃으면
아침 산책길에 길을 잃은 것 같은 늙은 개를 보았습니다.
발도 절고 털도 많이 빠졌더군요.
이집 저집 기웃거리며
느린 걸음으로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한참 동안 바라보았어요.
불쌍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람도 길을 잃으면 저런 모습을 할 수밖에 없겠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제가 녀석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없다는 사실이 슬펐어요.
길을 잃었다는 것이 그게 결국은
자기 집으로 가는 길을 잃었다는 말 아니겠습니까?
돌아와 생각하니, 왜 그 개를 위해서 기도하지 않았을까
기도할 생각조차 못했을까, 그게 후회스럽네요.
주님, 이제라도 기도합니다.
아까 제가 본 그 갈색털의 늙은 개를 불쌍히 여기시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찾게 해 주십시오.
아울러, 이 험한 세상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고단한 영혼들의 걸음도 지켜 주시고 붙잡아 주십시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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