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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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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2008<하루기도/생활성서>94
과유불급(過猶不及)
집배원이 왔는데
하룻강아지 토리가 문간에서 앙칼지게 짖어댑니다.
오토바이 타고 돌아가는 집배원을
골목 어귀까지 따라가며 계속 짖어댑니다.
이윽고 집배원 모습이 보이지 않자 토리는 짖기를 멈추고
대문 안으로 들어와 턱을 바닥에 대고 앉습니다.
제가 보기엔 안 해도 되는 짓
차라리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뻔한 짓을 해 놓고는
이만하면 나도 밥값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냐는 듯
스스로 흐뭇하고 대견스러운 표정이 역력합니다.
아아, 주님! 제가 저 토리처럼 안 해도 될 짓
하지 않았으면 더 좋았을 뻔한 짓으로
소중한 세월과 아까운 정력을 낭비하였어요.
그러고는 스스로 우쭐거리며 자만까지 하였습니다.
불현 듯 잃어버린 나라를 되찾겠다면서
창칼 움켜잡고 박달재 넘던 의병들의 거친 숨결이 느껴집니다.
그들이 잃었다가 되찾은 나라는 지금 어디 있나요?
남의 나라를 삼키려다가 쫓겨 간 왜병들은 그 뒤로 어떻게 됐을까요?
주님, 지금 이렇게 하룻강아지 토라를 내려다보며
빙그레 웃고있는 저는 누굽니까?
이 웃음의 주인공은 어디에 있는지요?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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