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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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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 2017<하루기도/생활성서>103
집착하지 말라
새벽 꿈에, 도덕경 일곱 권 한 질을 누가 보내왔어요.
양장본에다가 아주 고급스런 장정이었습니다.
그것을 받아 한 곳에 쌓아 두면서 잠깐 기분이 좋았습니다만,
이건 꿈이니까 깨어남과 동시에 사라질 허망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바로 깨어난 것 같습니다.
아아, 이 세상에서 얻은 저의 모든 공과功過라는 것이
제가 깨어나지 못하면 죽은 뒤에도
계속 따라붙어 성가시게 굴겠지만
죽기 전이라도 깨어나기만 하면 빛에 노출된 어둠처럼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허망임을 이렇게 여실히 보여주시는군요.
고맙습니다. 주님
저 죽기 전에 이 잠에서 깨어나게 해 주십시오.
하지만 뭐, 죽기 전에 깨어나지 못해도 상관없습니다.
꿈에서 깨어나는 주인공은 제가 아니라
꿈꾸는 저일 테니까요.
다만, 제가 세상에 사는 동안 그 어떤 물건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이제 알았으니, 됐습니다.
제가 어떤 무엇에도 집착하지 말아야 하는 이유는
그것이 잡을 수도 없고 잡히지도 않거니와
실은 잡히는 물건도 잡는 물건도 본디 없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집착하지 말라는 말은
할 수 있는 일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할 수 없는 일을 하지 말라는 거군요.
오늘 꿈에 본
호사스러운 도덕경 일곱 권 한 질을 기억하며 살도록
도와주십시오, 주님, 고맙습니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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