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신글모든게시글모음 인기글(7일간 조회수높은순서)
m-5.jpg
현재접속자

영혼의 샘터

옹달샘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1788. 허준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3057 추천 수 0 2002.01.11 17:24:04
.........

1788. 허준

요즘 <허준>이란 드라마를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는 모양이다. 시청률이 50%에 가깝다 하고 그런 수치는 실로 드문 일이라 하니 대단한 열기라 하겠다. 얼마전 교역자 월례회의에 참석했다 식사를 하는데,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도 허준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오가는 것을 보았다. '소설 동의보감'을 통해 감동을 받은 기억이 새로워서 시간이 되면 식구들과 함께 드라마를 보는 재미에 빠지곤 한다. 그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얼마전 방송된 스승 유의태가 허준을 내치는 장면이 내게는 새삼스러웠다. "아! 그래!" 나도 모르게 탄식이 새어나왔다.
유의태 문하에 들어온 지 몇 년 되지 않은 허준에게 뜻밖의 일이 주어진다. 창녕에 사는 성대감의 아내 정경부인 심씨의 병을 고치라는 스승 유의태의 분부였다. 용하다는 숱한 의원들이 찾아왔다가는 하나같이 손도 쓰지 못하고 포기했을 정도로 부인의 병은 깊고 위중한 상태였다. 양반 중에서도 양반인 권세 어린 대감집 인지라 함부로 대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유의태는 허준의 사람됨을 알아보고 아들 도지 대신, 그리고 자기가 가는 대신 겨우 십여명의 병자를 돌아보았을 뿐인 의가의 풋내기 허준을 보낸다.
대감의 권세에 굴하지 않는 단호한 처신과 지극한 정성으로 허준은 불가능해 보였던 정경부인의 병을 기적처럼 고쳐낸다. 마치 약사여래불의 재림을 보듯 사람마다 외경의 눈으로 허준을 바라보는 것은 당연했다.
고마음의 표시로 집을 한 채 지어주겠다는 대감의 호의를 깨끗하게 물린 허준이었지만, 허준은 끝내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받아들고 대감집을 나서게 된다. 내의원 입격에 꿈이있는 걸 알게 된 대감이 내의원을 관장하는 도제조에게 소개장을 써 준 것이다. 도제조인 우의정은 대감과 교분이 두터운 사이로 대감의 소개자이라면 내의원 취재에 합격을 보장하는 것과 다르지 않는 일이었다. 천민의 신분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길, 허준은 대감이 써 준 천거서를 감격하여 받아들고 집으로 온다.
허나 다음날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 소개장을 받아왔다는 말을 들은 유의태는 소개장을 내놓으라 허준에게 불호령을 하고, 허준이 보는 앞에서 불살라 버린다.
"비록 세상이 어지러워 공(公)과 사(私)가 애매한 풍속이기로서니 인명을 다루는 의원은 사사로운 인정으로 자격을 얻을 수 없다."
이런 나약한 자가 자신의 문하에서 나왔다는 것을 참을 수 없는 수치로 여기며, "벼슬 높은 자의 서찰 따위로 네 앞날을 열려고 마음 먹은 순간에 너는 이미 나를 배신한 것, 너와 나의 인연은 끝났다."며 유의태는 허준을 자신의 집에서 매섭게 내쫓고 만다.
그게 스승, 우리가 요즘 이야기 하는 '맨토(MENTO)'의 모습이었다. 허준에겐 생명과도 같았던 소개장을 단숨에 불살라버리는, 사사로운 정에 이끌림 없이 옳고 그름을 분명하게 가르는, 정신적인 스승을 일컫는 '맨토'는 바로 그런 것이었다.
예수를 스승으로 따르는, 우리에겐 아직도 불태워 버려야 할 소개장이 정말 없는 것일까?
-이번에 감리교 신문인 <기독교 타임즈>가 재창간 되어 나왔다. 재창간호부터 '한희철 목사의 목회이야기'를 연재하게 되었고, '불태워야 할 서찰'은 그 첫 번째 이야기가 된다.
제 손금 들여다 보듯, 볕 좋은날 원숭이들이 서로의 몸을 뒤져 벌레 자아주듯 주변을 돌아보려 한다. (얘기마을2000)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8385 김남준 차라리 억울한 편이 낫다. 김남준 2011-11-06 3067
8384 김남준 곳간에서 인심 나기에 김남준 2011-09-20 3067
8383 김남준 위로-관계의 강화 김남준 2011-09-20 3067
8382 한희철 홍두깨로 소를 몰면 하루에 천리를 가나 한희철 2011-03-27 3067
8381 김남준 위로의 사명을 감당하라 김남준 2011-09-20 3066
8380 김남준 발전, 삶에 대한 예의 김남준 2011-11-15 3065
8379 김남준 짐승과 방불한 삶 김남준 2006-05-23 3063
8378 김남준 만리장성 김남준 2006-04-19 3063
8377 홍승표 [함석헌] 산 홍승표 2006-02-11 3063
8376 홍승표 [윤석위] 타래난초 홍승표 2006-03-12 3061
8375 김남준 사랑의 첫 번째 속성은 오래 참음입니다. 김남준 2011-12-20 3058
8374 이해인 붓꽃 이해인 2011-11-04 3058
» 한희철 1788. 허준 한희철 2002-01-11 3057
8372 김남준 다툼-관계의 파괴 김남준 2011-10-07 3056
8371 이현주 거센 풍랑 속에서 주무시다니요?(마8:23-27) 이현주 2012-03-27 3054
8370 김남준 우리의 소명 김남준 2012-02-25 3054
8369 김남준 상하고 통회하는 마음 김남준 2005-11-21 3054
8368 이현주 폭력 이현주 2006-01-30 3053
8367 김남준 게으름과 잠 김남준 2006-06-10 3050
8366 이현주 에고로 에고를 반대하면 이현주 2006-02-07 3050
8365 이해인 꽃편지 이해인 2001-12-29 3050
8364 김남준 허물을 덮어주는 자 김남준 2011-10-15 3049
8363 필로칼리아 바라는 것들의 실상 최용우 2011-11-08 3047
8362 김남준 부드러운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종말의 가능성에 대해 김남준 2011-08-25 3047
8361 김남준 영혼의 자선, 용서 김남준 2011-10-15 3045
8360 이해인 매실 베게 이해인 2001-12-29 3044
8359 이현주 굴복하라 이현주 2011-03-13 3044
8358 한희철 2364. 경계석을 끌어안을 사람 한희철 2007-12-09 3043
8357 이해인 침묵 연가 이해인 2001-12-29 3040
8356 홍승표 [이철수] 조금만 천천히 홍승표 2006-02-27 3039
8355 이현주 영성과 밥상 2 이현주 2005-12-22 3038
8354 홍승표 [조희선] 종지기에게 홍승표 2006-02-11 3035
8353 김남준 복음의 능력을 회복하라 김남준 2001-12-30 3034
8352 김남준 타락 후 인간의 마음의 아름다운 질서는 파괴되었습니다 [1] 김남준 2011-06-14 3032
8351 김남준 가슴을 따뜻하게 하라.2 김남준 2006-04-19 3030

 

 

 

저자 프로필 ㅣ 이현주한희철이해인김남준임의진홍승표ㅣ 사막교부ㅣ ㅣ

 

개인적인 맨토들의 글을 모았습니다. 천천히 읽으면 더 좋은 글들입니다.

 

(글의 저작권은 각 저자들에게 있습니다. 여기에 있는 글을 다른데로 옮기면 안됩니다)

    본 홈페이지는 조건없이 주고가신 예수님 처럼, 조건없이 퍼가기, 인용, 링크 모두 허용합니다.(단, 이단단체나, 상업적, 불법이용은 엄금)
    *운영자: 최용우 (010-7162-3514) * 9191az@hanmail.net * 30083 세종특별시 금남면 용포쑥티2길 5-7 (용포리 53-3)
XE Log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