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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 콩 고르기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2920 추천 수 0 2002.01.31 15: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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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6 콩 고르기

이틀째 비가 내리던 오후, 겸사겸사 방앗간 아래 김집사님네로 찾아갔습니다. 집사님도 뵐 겸 남편되는 박종관씨를 만나 차 한잔을 나눌 겸 편한 마음으로 찾아갔습니다. 양복을 입고 성경, 찬송을 준비하지 않아도 그렇게 편하게 이웃을 만나는 시간이 내겐 심방에 가깝습니다. 오가는 마을 사람들이 자주 들르는 집이니 마을 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주고받을 수 있는 시간이 되기도 하지요.
"계세요?"
집안이 조용하여 아무도 없는듯 싶었으나 이내 부엌문이 열렸고, 부엌에 있던 집사님이 웃으며 맞았습니다. 날이 흐려 방안이 컴컴한데도 집사님은 불도 켜지 않은 채 어둑한 부엌 바닥에 앉아 무슨일인가를 하고 있었습니다.
집사님은 콩을 고르고 있던 중이었습니다. 지난 가을에 콩을 털고 깍지를 쌓아 두었는데 겨울을 지나며 보니 그래도 털리지 않은 콩이 바닥에 떨어져 있어 다시 한 번 콩을 턴 것이라 했습니다.
'부지깽이로 털다 도리깨로 털다' 남은 것들인데 그래도 남은 것들이 아까워 다시 한 번 콩을 털고, 그렇게 턴 콩을 고르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콩을 고르는 방법이 재미있었습니다. 쟁반위에 콩 한웅쿰을 올려 놓고 채질을 하듯 옆으로 쟁반을 흔들며 앞쪽을 기울어뜨리면 콩알이 주르르 하고 흘러내리는데, 그게 바로 성한 콩과 성치 못한 콩을 구별해내는 방법이었습니다. 성한 콩은 기울려져 쟁반을 따라 이내 주르르 아랫쪽으로 미끄러져 내리지만, 벌레가 먹은 콩이나 썩어 말라비틀어진 콩, 혹은 잘못 들어온 돌멩이들은 주춤 주춤 쟁반에서 잘 내려오지를 못합니다. 쟁반을 기울어뜨린 후 손바닥으로 콩을 한번 훅 훑어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성한 콩과 그렇지 못한 콩은 쉽게 구별이 되었습니다.
집사님이 타주신 차를 마시며 집사님 옆에 앉아 콩 고르는 일을 잠시 도울 때, 나는 하나님의 자비가 무엇인지를 새롭게 느낄수가 있었습니다
귀찮기로 따지자면 가을 타작이 끝난 후 소먹이로나 주고 말 콩깍지, 그걸 해가 지나 다시 부지깽이로 도리깨로 털어 남은 콩을 추리고, 남은 콩을 쟁반에 쏟아 일일이 골라내는 집사님, 집사님의 손길을 통해 심판의 손길보단 자비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집사님의 손길이 남은 콩을 끝까지 찾으려 애쓰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못쓰는 콩을 골라 따로 담아둔 그릇 속에서도 집사님은 연실 그 중 성한놈을 골라내고 있었습니다.
행여라도 그냥 버려지는 콩이 없나 살피고 또 살리고, 못 쓸 콩으로 골라낸 것 중에서도 다시 골라 성한 콩으로 돌리는 집사님의 손길 속에서 나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았습니다.
쉽게 정죄하고 포기하는 손길이 아닌, 참고 또 참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한 영혼이라고 더 돌아오기를 고대하는 하나님의 자비가 콩 고르는 집사님 손에 가득 담겨 있었습니다
집사님의 손길은 어느새 하나님 손길과 다름 아니었습니다. (얘기마을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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