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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계

이현주 이현주............... 조회 수 2338 추천 수 0 2001.12.29 22: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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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주22 <物과 나눈 이야기들/민들레교회이야기456>에서

22. 시계

 

"잊지 말게나. 재깍 재깍 재깍......... 나는 자네들이 삶의 편이를 위하여 만들어낸 발명품임을. 자네들이 나를 만들어내기 전에는 나는 없었다. 본디 나라는 물건은 없는 것이다. 속지 말게나, 재깍거리는 내 소리에. 이것은 시간이 흐르는 소리가 아니라 내 속에 장치된 톱니바퀴가 돌아가면서 나는 마찰음이다. 그러니 재깍거리는 소리에 신경을 곤두세워 초조해 하거나 조바심을 낼 이유가 조금도 없다. 자네가 지금이라도 나를 들어서 바위에 던져 버리면 재깍거리는 소리는 사라지고 만다. 그러나 물론 그래도 시간은 흐르겠지. 아니, 흐르는 것은 시간이 아니다. 나처럼 자네들이 삶의 편이를 위해 만들어낸 것이 시간인데, 있지도 않은 시간이 어떻게 흐른단 말인가? 다만 모든 것이 끊임 없이 바뀔 따름이다. 그리고 그 바뀜은 바뀌지 않는다. 강물은 끊임없이 흐르지만 강은 언제나 거기 있다. 흐르는 강은 흐르면서 흘러가버리지를 않는다."
"사람의 발명품은 한시적(限時的)이다. 컴퓨터가 나오면서 아무도 타자기를 쓰지 않듯이 우리가 더 이상 너를 상위에 놓거나 벽에 걸지 않게 될 때가 올 것이다."
"아무렴! 그날은 반드시 온다.(자네한테는 그날이 멀지 않다.) 그러나, 그날은 자네들이 '시계'를 대신할 새로운 물건을, 예컨대 타자기를 대신할 컴퓨터를 만들었듯이, 발명해냄으로써가 아니라 '위대한 발견'을 함으로써 올 것이다. 언제나 발견(發見)은 발명(發明)보다 위대하다. 이제부터 너희는 발견의 장(場)으로 나아갈 것이다. 그래도, 그날이 올 때까지는 나를 보아야겠지. 다만, 보기는 하되 나한데(시간에) 얽매이지 말라는 그런 얘기다."
"내가 너한데 얽매이지 않으려면 어찌해야 하는가?"
"얽매이지 않으면 된다."

ⓒ이현주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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