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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믓한 저녁

한희철 한희철............... 조회 수 1896 추천 수 0 2002.03.09 20: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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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15. 흐뭇한 저녁

인우재를 찾은 선배목사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내려오는 저녁길. 작실과 섬뜰 중간쯤에 있는 다리께를 지나며 보니 마을로 들어온 7시 버시가 막 교회앞을 출발하고 있었다.
동네 길은 차가 마음대로 교행할 수 있을 만큼 널ㅈ비 못하다. 한쪽 공터에 차를 세우고 버스가 오기를 기다렸다. 좁은 길에서 만나 서로 씩씩거리는 것보다 내가 먼저 기다리는 것이 백번 편하고 좋다.
그러는 사이 누군가 걸어오는데, 아랫작실사는 안복희 성도였다. 아까 낮에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가다 밭으로 가신다 하여 태워다 드렸는데, 하루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가뭄 때문에 논에 물이 떨어져 큰 걱정을 했는데, 무슨 수가 생겼나 모르겠다. 막 모퉁이 길을 돌아나온 버스가 안복희 성도 앞에서 멈춰섰다.
그리고는 문이 열렸다.
기사가 뭐라 하니 안복희 성도는 버스에 탔다.
묻진 않았지만 버스 기사는 일 마치고 돌아가는 마을 사람을 위해 차를 세웠고, 분명 차비를 받지 않고 태워 드렸을 것이다. 아침에 한 대, 저녁에 한 대, 마을로 하루 두 번 들어오는 버스로선 일마치고 돌아가는 마을 사람을 구별못할 까닭이 없기 때문이다.
바라보기만 해도 정겹고 고마웠다.
길을 양보해 주어 고맙다며 버스기사는 경적을 울리며 인사를 했고, 나는 나대로 손을 들어 인사를 했다.
후덥지근한 날씨를 잠깐 잊은 흐믓한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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